"본인 행동 국민 눈높이 못 미쳐…당국 공정성 위해서라도 사의"
금융위 "사표 수리 절차 진행중"…특별검사단 의혹 규명 지속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김경윤 기자 = 하나은행 채용비리 연루 의혹을 받는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사의를 표명했다.
사의가 수용되면 비리 연루 의혹으로 역대 최단 기간을 재임한 금감원장으로 기록된다.
최 원장의 사의로 금융당국과 하나금융 간 악연이 외견상 일단락되는 분위기이지만 감정의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 원장은 금감원 내외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지 3일만이다.
최 원장은 오후 들어 긴급임원회의를 소집해 사의를 밝혔으며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와 청와대에도 이런 사실을 전달했다.
금감원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면하는 보직이다.
청와대는 "사의 수용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금융위원회에서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조만간 사표가 수리될 것으로 보인다.
사의가 받아들여질 경우 최 원장은 비리에 연루돼 역대 가장 짧은 기간을 재직한 금감원장이란 불명예를 안게 된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최 원장은 재직 기간이 6개월여밖에 안 된다.
최 원장의 사의는 2013년 하나금융지주[086790] 사장 재직 시설 하나은행 공채에 응시한 친구 아들을 인사 추천하는 등 특혜를 준 의혹 때문이다.
최 원장은 의혹을 부인했으나 최 원장이 지인 아들의 이름을 건넨 점과 해당 지원자가 당시 하나은행의 관행에 따라 서류 전형을 무사통과 한 것만으로도 도의적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최 원장은 이날 오전만 해도 정면돌파 의지를 밝히다 오후 들어 마음을 바꿨다.
최 원장은 신임 감사를 중심으로 독립된 특별검사단을 구성하고 조사 결과 본인이 책임질 사안이 있으면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다만 이 사안이 금감원과 하나은행 간 진실 공방을 넘어 정치·사회적인 파장이 커지자 오후 들어 사의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이 최 원장이 연루된 채용비리를 비판하는 성명을 낸 데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금감원장을 경질하라'는 글이 올라오는 등 비판 여론이 높아졌다.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 등으로 제도권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금융권 채용비리 검사·감독을 지휘하는 금감원장이 비리에 연루된 의혹이 제기되자 청와대에서 직간접적인 사퇴 압력이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최 원장은 기자단에 보낸 사퇴의 변에서 "본인은 하나은행의 인사에 간여하거나 불법적인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당시 본인의 행위가 현재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을 수 있고 금융권의 채용비리 조사를 맡은 금감원의 수장으로서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직에서 물러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금융당국과 하나금융 간 악연은 최 원장의 사의로 외견상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당국과 하나금융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3연임과 채용비리, 사내외이사 교체 등 문제를 두고 계속 충돌해왔다.
이런 측면에서 2013년 당시 하나금융지주 계열사 내 관행이었던 임원의 추천 전형 문제가 불거진 진원지도 하나금융 쪽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금융당국 내에서 나온다.
당국 내에선 비리 의혹이 원장의 사의로 이어지자 하나금융에 대해 적대감을 표명하는 분위기도 상당하다.
하나은행 측은 최 원장의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뭐라 할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최 원장의 사의로 금감원은 당분간 유광열 수석부원장이 직무 대행을 맡게 된다. 최 원장 사의와 상관없이 특별검사단은 활동을 지속, 관련 비리 의혹을 규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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