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틀과의 만남으로 음악계에 화제 뿌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가사를 전달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 순간을 노래로 살아내게 됩니다."
'클래식계의 퍼스트레이디', '음악계의 황후'로 불리는 메조소프라노 막달레나 코제나(45)가 5년 만의 내한 공연을 연다.
코제나는 오는 4월 17일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위기의 여인들'이란 주제의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르네상스 후기에 태어나 바로크 전기에 주로 활동한 작곡가 몬테베르디(1567~1643) 작품을 중심으로 사랑이 주는 고통과 배신, 절망, 슬픔으로 괴로워하는 여인들을 표현할 예정이다.
코제나는 '클래식계 대통령'으로 떠받들어지는 베를린 필하모닉 음악감독 사이먼 래틀(63)의 부인으로도 유명한데, 이들의 시작도 그리 평탄하진 않았다.
래틀과 코제나는 2003년 영국 글라인드본에서 모차르트 오페라 '이도메네오'를 공연하면서 사랑에 빠졌는데, 문제는 당시 이들이 각자 배우자가 있는 상태였다는 것이다.
이 같은 관계에 언론의 집중포화가 이어졌지만, 이들은 결국 각자 배우자와 결별하고 함께 살기 시작했다. 심지어 두 사람의 나이 차는 18년에 달한다.
현재 이들 사이에는 아들 둘과 딸 하나가 있다.
코제나를 설명할 때 래틀을 빠트릴 수 없는 게 사실이긴 하지만, 남편을 빼놓고서도 그는 여러 지점에서 매력적이다.
1995년 모차르트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처음 자신의 이름을 알린 그는 아르히프(도이체 그라모폰 산하 레이블)와 전속 계약을 한 이후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금발의 아름답고 늘씬한 코제나의 외모는 마케팅 전략 1순위였지만, 이와 함께 그를 더 돋보이게 한 것은 풍성하면서도 다채로운 목소리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도 그의 다양한 목소리를 감상할 수 있다.
이번 공연에서 중점적으로 선보이는 몬테베르디는 특유의 극적인 작곡법과 격앙(격정) 양식으로 유명하다.
특히 몬테베르디의 대표작 중 하나인 '전쟁과 사랑의 마드리갈'(제8권)에서 사랑하는 연인을 알아보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게 한 비극적 이야기를 다룬 '탄크레디와 클로린다의 싸움'은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가 될 법하다.
이 곡에서 코제나는 전투사의 복장으로 나타나 탄크레디와 클로린다, 해설자까지 1인 3역을 소화할 예정이다.
그는 소속사를 통해 "탄크레디와 클로린다의 싸움을 혼자 불러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에 대해 '좋아요. 왜 안 되겠어요'라고 답했다. 그건 도전이고, 난 도전을 아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남겼다.
이 외에도 현대음악의 거장 루치아노 베리오(1925~2003)의 극적인 상상력을 요구하는 '세쿠엔차 3번', 몬테베르디의 오페라 '아리안나의 탄식'을 근간으로 체코 작곡가 마르코 이바노비치가 쓴 현대곡 '아리안나가 이상해'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들려준다.
이번 내한에는 이탈리아 바로크 음악 거장 안드레아 마르콘과 그가 지휘하는 바로크 앙상블 '라 체트라'가 함께 한다. 4만~13만원. ☎02-200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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