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탈구와 무릎 통증 이겨내고 투혼으로 16강 진출
16강에서 세계 정상급 나리타에 져 8강행은 무산
(정선=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작년 캐나다 대회 때 어깨가 빠졌고, 의족을 한 왼쪽 무릎을 굽히기 힘들 정도로 아팠다. 하지만 아프다고 뛰지 않을 수 없었고, 자국 대회에서 결선에 오른 것만으로도 뿌듯하다."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에 참가한 한국 장애인 스노보드 4명 중 유일하게 16강에 진출했던 김윤호(35)가 부상 투혼을 발휘한 첫 레이스를 마감했다.
김윤호는 12일 강원도 정선 알파인경기장에서 열린 스노보드 크로스 남자 하지장애(SB-LL2) 부문 경기 참가했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코스 공략에 실패하면서 1차 시기에서 1분 24초 20으로 전체 20명의 선수 중 18위로 밀렸다.
16위까지 나서는 16강 진출을 장담할 수 없었다. 함께 이날 경기에 나선 최석민과 박수혁, 박항승도 예선 1차전 부진으로 16강 진출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김윤호는 그러나 2차 시기에서 역주를 펼친 끝에 1분 17초 82의 기록으로 15위를 차지했다. 1, 2차 시기 좋은 기록으로 16강 진출자를 가리는데, 김윤호가 1분 17초 95의 후세인 솔하니(이란)를 간발의 차로 따돌리면서 16위로 16강행 티켓을 따냈다.
관중석에서는 한국 응원단의 함성이 터졌다.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결선에 오르며 그나마 개최국의 체면치레를 했기 때문이다.
16강 상대는 예선에서 58초21의 압도적인 기록으로 1위를 차지한 일본의 나리타 구리무.
김윤호는 16강에서 나리타의 벽을 넘지 못해 8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그는 경기 후 "자국에서 열린 패럴림픽에서 결선에 올라 마음이 나름 뿌듯하다"면서 "더욱이 세계적인 나리타 선수와 함께 레이스를 펼친 것도 영광"이라며 만족해했다.
이날 레이스에서 아쉬운 부분도 털어놨다.
그는 "아프기도 했지만 코스 공략을 제대로 못 했다. 중간에 뱅크 등 난해한 구간에서 실수를 조금 했다"면서 "포근한 날씨 때문에 눈이 녹으면서 속도를 내기에는 좋은 여건이었지만 마음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픈 부위에 대해선 "작년 캐나다 대회에서 어깨가 빠진 후 재활을 해왔지만 완전하지는 않은 상태였다"면서 "의족을 한 왼쪽 무릎은 통증을 참아가며 경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김윤호는 열아홉이던 2001년 오토바이를 타다 사고를 당해 왼쪽 무릎 아래를 절단해야 했다.
그는 방황하다가 재활을 겸해 아이스하키 동호회에서 활동했고 2015년 대한장애인스키협회의 스노보드 선수 모집에 지원해 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
뛰어난 운동 능력 덕분에 늦게 시작한 스노보드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그는 2016년 처음 출전한 국제대회인 미국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 코퍼스대회에서 뱅크드슬라롬 11위를 차지했다.
아내와 두 아이를 책임지는 가장인 그는 가족과 국내 팬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고 고마워했다.
그는 "오늘 경기장에 어머니와 아내, 아들 현성, 딸 다솔이가 응원을 와줬는데, 함성에 힘이 났다"면서 "16일 뱅크드슬라롬 경기에서는 더욱 나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chil881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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