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냐 국수주의냐…獨 부처 이름에 '고향' 들어가 논란

입력 2018-03-12 17:14  

향수냐 국수주의냐…獨 부처 이름에 '고향' 들어가 논란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건전한 애국심 또는 향수냐' 아니면 '나치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국수주의냐'
곧 정식 출범하는 독일 차기 대연정이 기존 내무부에 '고향'(하이마트) 개념을 보태 대(大)부처로 개편하기로 한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지속하고 있다.
12일 AFP 통신과 독일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부처 이름에 고향이 들어가는 데 대해 알프스 산맥의 아름다운 경관과 독일의 '블랙 포레스트 케이크'를 상기시킨다는 조롱성 글이 최근 트위터에 등장하는가 하면 우익 포퓰리스트들에게 영합하는 용어 선택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과 기독사회당 간 연합이 명칭 변경을 주도하고 기사당의 호르스트 제호퍼 당수가 장관을 맡는 내무ㆍ고향부(이하 내무부)는 앞으로 공공 안전과 체육 분야를 주택 같은 새로운 영역과 결합하는 업무도 관장한다.
이런 역할 때문에 하이마트 개념은 단순한 고향의 의미를 넘어 문화적 소속감과 향수의 감정을 상기시킨다고 AFP는 전했다.
지금껏 바이에른 주총리 자리를 지켜온 제호퍼 당수는 경제적으로 부유한 도시에 뒤처진 지방 도시를 도우며 통합하는 데 장관직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에른은 독일 전체 16개 주 가운데 가장 부유한 주에 속한다.
차기 대연정 소수 사회민주당 소속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 내정자는 비록 보수적인 기사당이 용어 사용을 주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행복의 한 조각"이라고 하이마트 단어 선택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이 용어가 독일 나치 시대의 인종차별주의적 의미를 내포한 정치적 표현일 수 있다는 관찰도 있다.
저자 다니엘 슈라이버는 독일 주간 디차이트 인터뷰에서 "하이마트는 나치의 혈통과 영토 사상의 중심적 구성 요소였다"며 그 용어는 "정치적으로 도구화되는 일 없이 존재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 단어 선택이 독일 정계에서 영향력이 커진 극우 정당을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그 정당은 차기 정부에서 제1야당 지위를 가지는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다.
일부 언론은 이 정당이 지난해 총선 유세 때 '우리의 나라', '우리의 고향' 같은 슬로건을 내건 데 주목했다.
이민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슬람교도 외국인들의 이민을 반대하는 AfD는 작년 9월 총선에서 반(反) 난민 정서를 자극하며 약 13%의 지지율을 얻은 바 있다.
정치권 밖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독일 내 '터키 공동체 협회'는 "우리는 그 부처가 화합과 공존이 아닌 배척과 분열을 일으킬 것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또, 이민자 권리를 위한 단체 'NDO'도 "잠재적 우파 유권자를 위한 상징적 정치"라고 가세했다.
독일 역사에서 하이마트 용어는 분단 시절 동독과 서독 양쪽 진영에서 정치적으로 이용됐다.
1950년대 서독은 시골에서 나치 관련 협회를 완전히 없애려고 관련 영화를 제작했고, 동독에선 어린이들이 하이마트 역사 수업 시간에 공산주의 사상을 교육받았다. 오늘날 그 용어는 이상주의적 과거 시대로 회귀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에 의해 이용되고 있다고 슈라이버는 지적했다.


gogo21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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