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전 혈투 끝에 승리한 '역대급 경기' 드라마 재방송에 밀려
"국민과 많은 장애인에게 용기를 드릴 수 있었던 경기였는데…"
(강릉=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장애인아이스하키 대표팀은 11일 기적의 드라마를 썼다.
대표팀은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예선 B조 2차전 체코와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정승환의 결승 골로 3-2로 이겼다.
사실상 준결승 진출이 달린 중요한 경기에서 대표팀은 역대 최고의 명승부를 펼치며 경기장에 모인 관중들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안겼다.
경기장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도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해당 경기는 '그들만의 경기'로 끝났다.
중계권을 가진 방송사들이 외면하면서 이들의 이야기는 그대로 묻히고 말았다.
체코전이 열린 시간, KBS1은 '다큐 공감', MBC는 '색션 TV 연예통신'을 방송했고 KBS2와 SBS는 각각 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과 '리턴'을 재방송했다.
12일 강릉시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장애인아이스하키 대표팀 간담회에서 만난 주장 한민수(48)는 체코전의 감동이 가시지 않는 듯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가슴이 아팠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국민과 많은 장애인에게 용기를 드릴 수 있는 경기였는데, 경기장에 오신 관중들께만 그 감동을 드려 마음이 쓰리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단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우리가 더 이 악물고 뛸 수밖에 없다. 우리가 열심히 한다면 언젠가는 관심을 두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계 안 되는 경기를 찾아주신 김정숙 여사님께 매우 감사하다"라며 "우리 가족과 함께 관람하셨는데, 여러 가지를 물어보시며 관심을 나타내셨다고 하더라.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장애인아이스하키대표팀은 13일 세계 최강 미국과 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객관적인 전력상 승리 가능성이 커 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한민수는 "현재 팀 분위기가 매우 좋다"라며 "겁먹지 않고 담대하게 도전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패럴림픽 방송 중계문제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우리 방송의 패럴림픽 경기 중계가 외국보다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장애인 크로스컨트리 스키 종목에서 동메달을 딴 신의현 선수가 호소한 것처럼 우리 방송도 국민이 패럴림픽 경기를 더 많이 볼 수 있도록 중계 시간을 더 편성해줄 수 없는 것인지 살펴 달라"고 당부했다.
한국 방송사들의 패럴림픽 중계 시간은 외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미국 NBC는 94시간, 일본 NHK는 약 62시간을 패럴림픽에 편성했다.
정작 패럴림픽 개최국인 한국의 KBS1,2채널은 생방송과 하이라이트를 합해 총 25시간을 편성했다가 41시간으로 늘렸다. MBC와 SBS는 각각 18시간, 32시간 정도를 패럴림픽에 편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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