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시절 명상 훈련했던 고운사 찾아 다시 한 번 '심호흡'
김은정·김민정 감독 빼고는 모두 기독교 "받아들여요"
(의성=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각종 방송과 행사, 광고 촬영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여자컬링 대표팀이 12일 시간을 쪼개 경북 의성군에 있는 고운사를 찾았다.
김민정 감독과 스킵 김은정, 리드 김영미, 세컨드 김선영, 서드 김경애, 후보 김초희까지 모두 김 씨여서 '팀 킴'으로 통하는 대표팀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컬링 최초의 메달인 은메달을 획득하며 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컬벤져스'라는 애칭까지 새로 얻은 대표팀은 이날 오전부터 경북도청, 의성군의 환영행사에 참석한 뒤 서둘러 고운사로 발길을 옮겼다.
선수들은 고운사 템플관에서 열린 환영행사에서 감사의 인사를 했고, 스님·신도들과 기념사진도 찍었다.
고운사는 대표팀이 2013년 여름 명상 훈련을 받았던 곳이다.
당시 선수들은 '아무도 모르는 스포츠' 컬링을 하느라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2012-2013시즌 태극마크를 달고는 있었지만, 한국 컬링 최초의 올림픽 무대가 된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려면 대표팀 선발전을 다시 한 번 통과해야 했다.
대표팀이라는 책임감과 올림픽에 대한 간절함으로 마음이 어지럽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찾은 곳이 고운사다.
대표팀을 지도하는 김경두 의성컬링훈련원장은 "컬링은 마음이 중요한 운동이다. 종교 차원이 아니라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선수들을 고운사로 데려갔다.
사실 김민정 감독과 김은정을 제외하고 김영미·김경애 자매와 김선영은 기독교 신자였다. 소치동계올림픽 후 합류한 김초희도 기독교다.
그러나 선수들은 종교를 떠나 컬링을 더 잘하는 데 필요한 것으로 생각하고 명상 훈련을 받아들였다.
막상 소치동계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떨어졌지만, 대표팀은 그 아픈 기억도 '쓴 약'이 됐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당시 선수들에게 명상과 호흡법을 가르쳐준 고운사 주지 호성 스님은 "선수들이 어려울 때 이곳을 왔다. 무명 선수들이었기 때문에 자신감이 결여돼 있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고 떠올렸다.
호성 스님은 "자신감은 느끼되 자만심도 없어야 한다. 팀에서는 이기심이 없어야 한다"며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내려놓고, 자신과 팀을 믿어야 하며, 마음을 비우고 웃으면서 경기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었다"고 말했다.
이날 다시 고운사를 찾은 선수들의 환경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선수들은 어디를 가나 환영받고 열띤 응원을 받고 있다.
호성 스님은 "지금 선수들은 좋은 성과를 냈으면서도 은메달이라는 아쉬움도 있는 복잡한 마음일 것"이라고 헤아렸다.
스님은 이날 다시 만난 선수들에게 "아직 정상에 오른 것이 아니다. 싹 다 잊고 처음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평상심을 잘 유지하고 항상 마음을 비운 상태에서 경기에 임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항상 배려해야 한다"는 덕담을 건넸다.
환영행사 후 선수들은 명상 훈련을 했던 장소인 선 체험관으로 이동해 다시 한 번 심호흡으로 마음을 비우는 훈련을 했다.
고운사 교무국장 명인 스님은 선수들에게 "생각을 멈추려면 심호흡을 해야 한다"며 심호흡 법을 가르쳤다.
훈련 후 김선영은 "매일 아침 여기로 명상 훈련했던 기억이 난다"며 "그때부터 훈련을 해왔기 때문에 지금처럼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긴장될 때, 샷 하기 전에 심호흡했다"고 말했다.
김선영은 "초심으로 돌아가서 겸손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직도 저희를 좋아해 주시고 환영해주시는데, 들뜨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미는 "기독교지만, 종교와 다르게 마음을 다스리는 훈련이라 생각한다. 경기 전 명상으로 마음을 잔잔하게 한다"고 말했다.
abb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