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패럴림픽 개회식에서 휠체어컬링 서순석과 공동 점화
(의성=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김연아가 한 거였잖아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여자컬링 대표팀의 스킵 김은정은 2018 평창 동계 패럴림픽 개회식의 성화 점화자로 선정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의구심이 들었다고 한다.
12일 경북 의성 고운사에서 만난 김은정은 "처음에는 의심했다. 김연아가 한 거였는데, 저는 보여드릴 게 없는데…. 입지도 그렇고 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 저에게 연락해주셔서 놀랐다"고 얼떨떨했던 당시 감정을 떠올렸다.
김은정은 지난 9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패럴림픽 개회식에서 휠체어컬링 대표팀의 스킵 서순석과 공동 성화 점화를 했다.
김은정은 "성화 점화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은 올림픽 끝나고 며칠 뒤에 들었다. 그런데 남북 공동입장 등 여러 변수가 있어서 확정됐다는 말은 2∼3일 전에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자도 아니고 점화자여서 더욱 영광이었다"며 "올림픽에서 저희가 모두 다 잘해서 제가 대표로 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팀 킴'에게 영광을 돌렸다.
김은정은 김영미, 김선영, 김경애, 김초희 등 팀원들과 환상의 팀워크를 보여주며 컬링 열풍을 일으켰고 한국 컬링 최초로 올림픽 메달을 획득하는 새 역사를 썼다.
김은정은 지난달 9일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여자컬링 경기는 개막 후 닷새 후인 14일 시작했기 때문에 당시 여자컬링 대표팀은 개회식 당시 훈련지인 의성에 있었다.
패럴림픽 개회식을 준비하고 점화를 한 경험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됐다.
김은정은 "대기실에서 성화 주자들과 모두 만나서 밥도 먹고 이야기를 나눴다"며 "점화자로서 대기할 때 전광판으로 그분들이 성화 주자를 하는 것을 보니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김은정과 서순석에게 성화를 전달한 패럴림픽 아이스하키 대표팀 주장 한민수가 하지 절단 장애를 극복하고 의족을 낀 채 가파른 슬로프를 로프에 의지해 걸어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는 "울 뻔했다"고 벅차올랐던 감동을 전했다.
김은정은 휠체어컬링 선수와 함께 점화한 것도 의미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선수 이름이 모두 김 씨여서 '팀 킴'이라 불린 여자컬링 대표팀과 달리 휠체어컬링 대표팀은 서순석, 방민자, 차재관, 정승원, 이동하 등 선수 다섯 명의 성이 모두 달라 '오벤져스'로 통한다.
오벤져스는 패럴림픽 예선에서 4승 1패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12일 밤 독일에 3-4로 아쉽게 패했지만, 김은정이 인터뷰에 응한 12일 낮까지는 4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서순석은 그동안 인터뷰에서 "김은정에게 조언 등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고마움을 표시해왔다.
이에 대해 김은정은 "전 드린 게 없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더라"라며 쑥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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