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개헌 동시투표 성사 불투명…여야 원내대표 오후 논의 착수
민주 "아직 기회 있다…합의안 조속 마련", 한국 "정신 나간 짓…기만쇼"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한지훈 이신영 기자 = 청와대발(發) 개헌 드라이브가 3개월 앞으로 다가온 '6·13 지방선거' 정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1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부 개헌안 초안을 보고하고, 문 대통령이 이를 토대로 오는 21일 정부 개헌안을 발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개헌 문제가 정국의 주요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예상된 수순이지만 결국 개헌 논의에 진전을 이루지 못한 채 문 대통령으로부터 '공'을 넘겨받게 된 여야는 앞으로도 대립을 거듭할 것으로 보여 국회 처리 전망은 불투명한 형국이다.
개헌안 발의는 국회의원 재적 과반수 또는 대통령이 할 수 있고, 국회 의결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가결된다. 현재 국회의원 재적은 293명이다.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 여부를 놓고 충돌을 빚어 온 여당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청와대가 문 대통령의 정부 개헌안 발의를 기정사실화 한 이날도 첨예한 입장차만 그대로 드러냈다.
그간 개헌에 찬성 입장을 밝혀온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다른 야당들도 문 대통령이 직접 개헌안을 발의하는 것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여소야대 상황에서 121석밖에 확보하지 못한 여당이 결국 무리하게 국회 표결을 시도하기보다는 막판 국회 차원의 원칙적 합의를 이루게 함으로써 개헌 동력을 살려놓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우원식, 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만나 정부 개헌안 문제를 비롯한 정국 현안을 논의할 방침이지만 돌파구를 마련할 여지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은 청와대와 보조를 맞추며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국당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압박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 개헌안 초안은 국회 개헌 논의 의제 수준에 부합하는 내용을 담고 있고, 국회 중심의 개헌 논의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정부 개헌안이 윤곽을 드러낸 이상 국회도 자체 개헌안 마련에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YNAPHOTO path='PYH2018031308210001301_P2.jpg' id='PYH20180313082100013' title='문 대통령, 개헌 자문안 초안 전달받아' caption='(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정해구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특위가 마련한 정부 개헌안 초안을 전달받고 있다. scoop@yna.co.kr' />
우 원내대표는 또 "한국당은 정부 개헌안을 핑계로 개헌 논의의 진척을 정면으로 가로막고 있다. 정부가 불가피하게 나서게 된 이유는 한국당의 발목잡기 때문"이라면서 "국회 주도 개헌 성사 여부가 달린 한주인 만큼 야당과 협상에 남다른 각오로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과 청와대도 국회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인 만큼, 국회에서 마지막까지 논의는 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며 "정부안 발의 이후라도 국회 합의안을 만들 수 있다면 정부안은 철회할 수 있기 때문에 국회에 공은 여전히 남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당은 청와대가 아예 날짜를 못 박아 정부 개헌안을 발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자 '대국민 기만쇼'라며 공세를 퍼부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정신 나간 짓을 하고 잇는 것"이라며 "이는 사실상 국민 개헌을 무산시키고자 하는 술책이고, 대한민국 헌정사에 큰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원내대표는 또 "국회가 개헌 논의를 하고 있는데 그 중간에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한다는 자체는 국민 개헌을 걷어차는 폭압"이라며 "개헌의 본질을 흐리기 위한 대국민 기만쇼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의 개헌에 대한 집착은 좌파 독주, 사회주의 개헌을 위한 일방통행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국회가 개헌 논의를 계속하고 있는 만큼 대통령은 국민께 드린 약속을 국회를 통해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헌에 찬성 입장을 밝혀온 다른 야당들도 청와대의 개헌안 발의에는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청와대 주도의 개헌은 여당을 청와대의 거수기로밖에 안 보는 것이고, 야당을 철저히 무시하는 제왕적 통치 방식 그 자체"라며 "한국당도 지난 대선 때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을 약속하고 지금 (입장을 바꿨는데도) 부끄러움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양측의 결단을 촉구했다.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도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6·13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투표를 고집하는 것은 결국 책임을 야당에 전가하기 위한 수순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면서 "너무 시기를 서두르는 것은 졸속이 될 수 있다"며 여권을 비판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 역시 이날 회의에서 "대통령 개헌안 발의권은 헌법상 권한이 맞지만, 현재 국회 구도에서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된다면 그대로 국회를 쪼개버리고 말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3분의 2 가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개헌안 국민투표를 부의조차 못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청와대에 개헌안 발의에 신중을 기해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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