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유학생, 9천만 원 반환 소송…옥스퍼드대 졸업생은 패소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영국에서 교육 내용이 부실해 졸업 후 취업이나 소득에서 합당한 대가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며 소송을 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런 소송은 학비가 날로 치솟으면서 요즘 학생들의 경우 스스로 특정 기대 수준이 충족돼야 하는 '고객'으로 인식하는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고 영국 언론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앵글리아 러스킨 대학의 국제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폭 웡(29)은 최근 학교 측을 상대로 6만 파운드(약 9천만 원)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액수에는 2년의 수업료와 생활비가 포함됐다.
공부를 위해 홍콩에서 2011년 영국으로 온 웡은 2013년 우등으로 졸업했음에도 일자리를 잡지 못했다며 학교 안내서에 나온 질 좋은 교육이나 취업 전망은 사기나 다름없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학교 안내서는 2년의 고품질 교육을 받고 나면 일자리를 찾는데 충분한 자격 조건을 갖출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교수가 늦게 나타나 학생들은 자습하는 등 교육 내용이 부실해 계약 위반이며 허위 기재라고 항변했다.
웡은 이밖에 졸업식 날 교과 과정의 질에 대해 항의했다는 이유로 졸업식장에서 강제로 쫓겨났다고 덧붙였다.
소송을 내게 된 것도 다른 학생들이 학비에 대한 가치를 당당히 요구할 수 있도록 선례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웡은 "학생들이 돈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얻어내고, 그렇지 못하면 보상을 받기를 희망한다"며 "앵글리아 러스킨 대학은 좋은 말을 늘어놓았지만 합당한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 측 변호인들은 대학 안내서는 학생들과의 '진정한' 계약이 아닌 만큼 수업료는 돌려줄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웡이 대학을 헐뜯는 일에 시간과 힘을 쏟아붓느라 일자리를 얻지 못했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대학 측도 웡이 대학 내 공식 절차를 통해 이의를 제기했지만 이미 철저한 조사 끝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2000년 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한 파이즈 시디키(39)는 따분한 학습 방법과 부족한 교수진 등 교육이 부실했다며 학교 측을 상대로 100만 파운드(15억 원)의 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으나 지난달 고등법원에서 패소했다.
시디키는 부실한 교육 탓에 우등 졸업을 못 하고 미국 최고 수준의 법대 진학도 좌절, 전도유망한 법조인 생활을 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무위로 끝났다.
대학 홍보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영국 광고심의위원회(ASA)는 지난해 6개 대학에 대해 특정 마케팅 문구를 삭제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영국 레스터 대학의 경우 여러 개의 세계 대학순위 발표에서 나온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고 주장하면서도 ASA의 결정을 수용, "세계대학 상위 1%"라는 광고를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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