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어떤 것도 간단하지 않다…푸틴의 反영국 의지만 확인할 것"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러시아 출신 이중 스파이 암살 시도 발생 8일 만에 러시아 측에 24시간 내 소명하라는 최후통첩을 하면서 메이 총리가 꺼내 들 러시아 제재 카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러시아 측이 영국이 기대하는 소명을 내놓을 가능성이 거의 없어서 최후통첩은 메이 총리가 대러 제재를 밟기 위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메이 총리는 12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이번 사건에 사용된 신경작용제가 1970~1980년대 러시아에서 군사용으로 개발된 '노비촉'(Novichok)으로 밝혀졌다면서 러시아 정부가 직접 이를 사용했거나 아니면 남의 손에 들어가게 하는 등 관리에 실패했을 두 가지 가능성만 있다고 지적하면서 러시아 측에 최후통첩을 보냈다.
앞서 지난 4일 러시아 이중 스파이 출신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이 영국 남부 솔즈베리의 한 쇼핑몰 앞 벤치에서 미확인 물질에 노출된 뒤 쓰러진 채 발견됐고, 수사 결과 이 물질이 '노비촉'으로 확인됐다.
스크리팔은 러시아 군정보기관인 총정찰국(GRU) 소속 전직 장교로 2006년 러시아 정보기관 인물들의 신원을 영국 해외담당 정보기관(MI6)에 넘긴 혐의로 기소돼 13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2010년 미국과 러시아의 대규모 스파이 맞교환 때 풀려나 영국으로 건너왔다.
평소 신중한 태도를 선호해온 메이 총리가 이번에는 사건 발생 8일 만에 러시아에 최후통첩을 보내며 매우 이례적으로 신속한 대응에 나섰다.
진보 일간 가디언은 "메이 총리가 지난 2006년 내무장관 재임 당시 발생한 알렉산더 리트비넨코 독살 사건 당시보다 더 강력한 조처를 해야만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분석했다.
당시 영국 정부는 러시아가 리트비넨코 암살 용의자인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출신 러시아인 3명에 대한 신병 인도를 거부하자 영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 4명을 추방한 바 있다.
가디언은 메이 총리가 내놓을 제재 패키지는 영국 주재 일부 러시아 외교관들의 추방으로부터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주재 러시아 대사를 추방한다면 이는 중대한 조치가 될 것이라고 봤다. 또 러시아 주재 영국의 고위급 인사를 소환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 경우 러시아 측은 자국 주재 영국 대사를 추방하는 보복 조치로 맞설 가능성이 있다고 신문은 예상했다.
또 이론적으로는 맷 핸콕 문화부장관이 방송통신규제위원회(Ofcom)에 RT 등 영국에서 영업하는 러시아 언론매체들에 대한 방송면허 심사를 지시할 수도 있지만, 이는 비판적인 외국 언론을 통제한다고 비난해온 터키 정부와 같은 행위를 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영국 유명인들이 고액의 출연료를 받고 RT에 출연하는 계약을 철회하도록 유도하는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고 점쳤다.
앞서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러시아 월드컵 보이콧을 경고한 바 있다.
이보다 중대한 조치로는 인권침해를 이유로 러시아에 더욱 강력한 제재를 취할 수 있는 제재 및 자금세탁방지법 개정안이 발의될 것이라고 신문은 내다봤다.
또 러시아 정부와 연관된 올리가르흐(러시아 신흥부유층)들이 런던에 소유한 부동산의 자금원을 해명하지 못할 경우 이들의 자산을 동결하는 방안도 적절한 조치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외의 극단적인 선택지로는 러시아를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테러 지원국 지정은 광범위한 제재 발동을 가능케 한다.
하지만 가디언은 어떤 수단도 간단치 않다면서 결국에는 푸틴 대통령이 서방, 특히 영국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확인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일각에서는 이번 암살 사건과 이에 따른 영국 정부의 강경 대응이 가뜩이나 나쁜 영국-러시아 관계를 1990년대 이래 최악의 국면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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