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글로벌 경쟁력 갖춘 대표선사 키우기 위한 지원 기대"
SM상선 등 중소선사 "현대상선에만 지원 편중되는 것은 불공정"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정부의 '해운업 재건 5개년 계획' 발표를 앞두고 국내 선사 간 신경전이 날카롭게 벌어지고 있다.
국내 1위 원양선사인 현대상선은 해운 선진국들이 '1국 1선사' 체계로 재편하는 추세에 맞춰 우리도 업계 1위인 현대상선을 집중 지원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적 선사로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진해운의 미주 노선을 인수해 영업 중인 SM상선을 비롯한 중소 선사들은 정부의 지원이 현대상선에만 편중돼서는 안 된다고 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갈등은 현대상선과 SM상선의 미주 노선 협력 문제를 두고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작년 말 SM상선은 현대상선에 미주 노선에서 공동운항 등 협력 관계를 맺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출범한 지 1년밖에 안된 SM상선을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파트너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이를 거절했다.
유럽 노선과 함께 글로벌 선사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핵심 노선인 미주 노선에서 SM과 협력이 자칫 현대상선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작용했다.
현대상선은 최근까지도 SM상선과 '협력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13일 기자들에게 입장 자료를 보내 "현 단계에서 SM상선과 협력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현대상선은 SM상선과 미주 노선에서 협력하는 것이 미국의 경쟁금지법에 저촉돼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으며 해외 화주들이 이같은 협력을 원하지 않는다고 협력 불가론을 폈다.
또 현대상선과 전략적 협력관계인 2M(머스크·MSC)의 반대를 무릅쓰고 SM상선과 협력할 경우 어렵게 성사된 '2M+H(현대상선) 얼라이언스' 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우려가 있다고 경계했다.
현대상선은 저가 운임정책으로 미주 노선을 개척한다는 지적을 받는 SM상선의 영업 방식에도 불만을 드러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지난해 미주 서안 노선을 시작한 SM상선이 취약한 대외 신뢰도를 운임 인하를 통해 만회하려고 했다"며 "그러나 결국 시장운임 하락이라는 결과만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SM상선은 이같은 현대상선의 주장은 자사의 입장만 생각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SM상선은 현대상선과 함께 미 서안과 동안 노선을 공동운항하면 원가구조가 개선되는 등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라며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다.
한편, 경영난을 겪는 SM상선을 현대상선이 인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 현대상선은 "SM상선의 구조조정이 선행되지 않은 흡수합병은 현대상선 채권단이나 주주들의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며 일축했다.
현대상선은 조만간 정부가 발표할 예정인 '해운업 재건 5개년 계획'에 현대상선에 대한 강력한 지원책이 담기기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선복량 33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세계 14위 수준인 현대상선이 글로벌 메이저 선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100만TEU급 규모로 몸집을 불려야 한다는 것이 현대상선의 분석이다.
특히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배출가스 규제 시행을 앞두고 대응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에서 올해 상반기가 친환경·고효율 컨테이너선을 발주할 적기라고 현대상선은 판단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정부 지원 계획에 올해 상반기 안에 유럽 노선 개척을 위한 2만2천TEU급 12척과 미주 노선에 투입할 1만4천TEU급 8척 등 총 20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를 위한 금융 지원이 담기길 기대하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선박 건조 가격이 상승하고, 선박 건조 주문도 증가하는 추세여서 정부가 올해 상반기로 분석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적절한 지원책을 마련해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소 선사들은 "정부의 지원이 현대상선에만 집중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며 "중소 선사 등 전체 해운업을 살리기 위한 고민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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