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올림픽 반대한 오성운동 창립자, 이번엔 "위대한 기회"…당원들은 반발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지난 4일 총선에서 이탈리아 최대 정당으로 발돋움하며 사상 첫 집권을 노리고 있는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이 북서부 도시 토리노가 2026년 동계올림픽 유치전에 뛰어드는 문제를 놓고 분열상을 노출하고 있다.
2006년 동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며 쇠락한 공업도시에서 활기찬 관광·문화 도시로 탈바꿈한 토리노 시는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 2026년에 다시 올림픽을 치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오성운동 소속인 키아라 아펜디노(34) 토리노 시장은 그러나 같은 당 소속 시 의회 의원들 상당수가 올림픽 재추진에 거세게 반대하며 장애물에 부딪혔다.
반대론자들은 올림픽이 환경 보존, 지속가능한 개발 등을 중시하는 오성운동의 철학과 배치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성운동은 같은 논리로 2년 전 수도 로마의 2024년 하계 올림픽 유치 계획에도 찬물을 끼얹은 바 있다.
당시 마테오 렌치 전 총리가 이끌던 이탈리아 정부와 이탈리아올림픽위원회(CONI)는 이탈리아 부흥의 상징으로 2024년 올림픽의 로마 개최를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오성운동 소속의 비르지니아 라지 로마 시장이 "1960년 올림픽으로 인한 빚을 아직도 갚고 있는 로마는 토건족만 배불리는 올림픽을 치를 여력이 없다"며 강력히 반대해 로마 올림픽 유치 계획은 결국 좌절되고 말았다.
당시 로마 올림픽 유치 반대를 막후에서 조종한 장본인으로 꼽히는 베페 그릴로 오성운동 창립자는 그러나 이번에는 "2026년 토리노올림픽은 지역의 자산이자, 커다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지지 의사를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올림픽을 둘러싼 입장이 1년 반 새 정반대로 바뀐 것이다. 이는 2024년 로마올림픽을 추진했던 CONI와 로마 시 관계자들에게 씁쓸함을 남기고 있다고 일 메사제로 등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토리노 시는 12일 시 의회 상임위원회를 소집해 2026년 동계올림픽 신청 계획에 대해 토의하기로 했으나, 오성운동 위원들 다수가 회의를 보이콧한 탓에 정족수 미달로 회의가 무산됐다.
키아라 시장은 "2026년 올림픽에 대해 공식 유치신청서를 내는 대신, 관심을 표현하는 서한을 CONI에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토리노가 속해 있는 피에몬테 주의 세르비오 참파리노 주지사는 이와 관련, "오성운동은 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전략적 선택을 앞에 두고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 오성운동은 올림픽 유치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찾고 싶어하는 토리노 시민들의 바람을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한편, 토리노뿐 아니라 밀라노, 알프스 산악지대인 돌로미티 등 이탈리아 다른 도시들도 2026년 동계올림픽 유치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이탈리아 도시들 외에는 캐나다 캘거리, 일본 삿포로, 스위스 시온 등이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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