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스캔들 실체·대북협상 수위·이란 핵합의 폐기 등 사사건건 충돌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하는 와중에 외교수장 교체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대북 문제를 포함해 렉스 틸러슨 장관과 충돌한 5가지 이슈가 작용했다고 미 일간 USA투데이가 13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이 신문은 러시아, 북한, 이란, 아프가니스탄, 파리기후협약이 틸러슨 장관의 경질을 부르게 된 5대 토픽이라고 풀이했다.
우선 러시아 스캔들을 놓고 보면 둘 사이에 뚜렷한 시각차가 존재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밤 하원 정보위원회의 조사결과 발표에 한껏 고무됐다. "4개월 간 파헤쳐봤지만 증거가 없지 않느냐"며 의기양양하게 트윗도 날렸다.
그러나 틸러슨 장관은 이를 믿지 않았다.
틸러슨은 지난해 12월 외교관들과의 비공개 회의에서 러시아가 선거를 방해했고, 다가올 중간선거도 이미 방해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스캔들은 실체가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입장과는 꽤 어긋나는 대목이다.
북한 이슈는 틸러슨 장관 교체의 직접적인 사유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해빙무드가 조성되기 이전 수개월간 주고 받은 말 폭탄 전쟁은 틸러슨 장관에게는 고통이었다고 USA투데이는 해석했다.
일례로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김 위원장을 '로켓맨'으로 부른 직후 틸러슨 장관의 대북 외교해법을 공개적으로 폄훼한 대목에서 이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틸러슨)는 리틀 로켓맨과 협상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지적한 직후부터 틸러슨 장관의 입지는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틸러슨 장관이 이번 북미회담을 받아들이는 태도 역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못마땅했을 것이라고 이 신문은 짐작했다.
이란 핵합의 문제도 트럼프-틸러슨의 관계를 틀어지게 하는 데 한몫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합의 자체를 부정하면서 끊임없이 재협상을 떠올렸다. 협상 자체에 '재앙적 결함'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틸러슨 장관은 미국이 합의 틀 안에 머물러 있기를 바랐다. 그는 이란의 행동에는 여전히 불만이 있을 순 있지만, 이란이 어쨌든 합의를 준수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끔찍하다고 보는데, 그(틸러슨)는 괜찮다고 느낀다"라는 트윗으로 이란 문제에 대한 틸러슨 장관의 대응에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아프가니스탄 문제의 해법도 판이하게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여름 미군이 아프간 전장에서 탈레반 봉기를 제압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틸러슨 장관은 아프간에서도 전쟁보다는 협상을 우선시했다.
틸러슨 장관은 "탈레반이 전장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걸 알게 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 우선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답답하고 분통터지게 느껴질 대응이었던 셈이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뒤엎어버린 파리기후협약에 관한 시각차도 둘 사이에 앙금을 만들었다고 USA투데이는 분석했다.
틸러슨 장관은 내심 미국이 협약 안에 머무르길 바랬다고 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아예 탈퇴 선언을 해버리자, 이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히길 꺼려했다고 USA투데이는 지적했다.
틸러슨은 여전히 미국이 파리협약에 다시 참여할 수 있다는 낙관론을 버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트럼프의 협약 탈퇴 발언 이후에도 "내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써는 함께 가기 어려운 하나의 이유였을 수 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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