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아소 부총리·문제 사학 이사장 모두 '개헌' 목적 일본회의서 활동
일본회의 인연에서 시작된 사학스캔들, 개헌 추진 '발목'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사학재단 모리토모(森友)학원의 국유지 헐값 매각을 둘러싼 사학스캔들으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권이 궁지에 몰린 가운데, 아베 총리와 모리토모학원의 가고이케 야스노리(籠池泰典) 전 이사장 사이의 연결고리인 '일본회의'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회의는 개헌을 지상과제로 하는 극우 단체로, 아베 총리와 가고이케 전 이사장이 관련 단체의 임원을 맡고 있다. '개헌'이라는 같은 목표를 가진 두 인물의 유착과 갈등에서 촉발된 사학스캔들이 아이러니하게도 개헌추진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됐다.
14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일본 재무성이 지난 12일 이 부처 내부문서의 삭제를 인정한 부분 중에는 일본회의 관련 부분이 포함됐다.
원래는 가고이케 전 이사장을 일본회의 오사카(大阪) 대표·운영위원으로 소개했고,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의 부회장에 아베 총리가, 특별고문에 아소 부총리가 취임해 있다고도 적혀있었지만 삭제됐다.
일본회의는 물밑에서 일본 정계의 개헌론을 이끄는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는 이 단체를 지지하는 초당파 우익 의원들이 모여 만들었다.
극우 교육자 가고이케 이사장은 아베 총리의 골수팬임을 내세우면서 총리의 부인 아키에(昭惠) 씨와 가까운 사이가 됐는데, 골수팬인 근거로 일본회의 임원임을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아베 총리와 가고이케 전 이사장의 공통분모에 극우단체 일본회의가 있지만, 두 인물이 얽혀있는 사학스캔들은 결과적으로 이 단체의 목표와는 정반대로 개헌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이날 일제히 사학스캔들이 재점화되면서 아베 총리의 개헌추진 일정이 늦춰질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재무성의 문서 조작 인정으로 정부에 대한 비판이 분출하고 있어 자민당이 당초 25일 전당대회로 예정했던 개헌안 제시 시점을 늦출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마이니치는 자민당 집행부가 '아베 1강(强)'을 배경으로 개헌안 제시를 추진했지만 재무성의 발표 이후 정세가 바뀌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미우리신문도 모리토모학원 스캔들로 개헌 일정에 암운이 드리워졌다며 자민당이 목표로 하는 연내 개헌안 국회 제출 일정이 문서 조작으로 인해 불투명해졌다고 전했다.
아베 정권은 연내 자위대의 존재를 명기한 개헌안을 발의해 내년 중 국민투표에서 통과시킨 뒤 2020년 개정된 헌법을 시행하겠다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
사학스캔들이 지금보다 더 달아오르면 아베 정권의 존폐에도 영향을 미쳐 개헌추진 자체를 무산시킬 가능성도 있다. 아베 총리는 9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3연임을 달성해 장기집권을 하려 하고 있지만, 재무성의 문서 조작 인정 후 여당 내에서는 벌써부터 다른 대안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사학스캔들은 재무성이 문서 조작을 인정한 뒤에도 계속 새로운 의혹들이 터져나오며 확산되는 분위기다.
언론 보도를 통해 재무성이 인정한 문서 외에도 다른 조작 문서가 있다는 의혹이 나왔고, 국유지 매각 담당 부서에서 일하다가 지난 7일 자살한 긴키(近畿)재무국 직원의 유서에서는 재무성 본부가 문서 조작을 지시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 발견됐다.
재무성이 다른 정부 부처인 국토교통성으로부터 문서 조작 사실에 대한 지적을 받았지만, 국회에서는 문서 조작이 없었다고 말했다는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장외에서 투쟁하고 있는 야권은 사임한 사가와 노부히사(佐川宣壽) 국세청장관을 국회로 불러 문서 조작 행위와 여당·정부 사이의 관련성을 추궁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여당 내에서도 야권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베 정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경제계로도 확산되고 있다. 경제단체 경제동우회의 고바야시 요시미쓰(小林喜光) 대표간사는 전날 아소 부총리에 대해 "민간기업이라면 보통은 스스로 그만둘만한 일"이라고 지적해 사실상 사퇴를 촉구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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