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포토라인에 선 MB, 약 1분 10초간 입장 낭독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은 오전 9시 22분 검은색 제네시스를 타고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다. 검은색 정장에 하늘색 넥타이 차림으로 차에서 내린 이 전 대통령은 검찰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느릿한 걸음으로 포토라인으로 이동했다. 수십 대의 카메라 플래시가 일순간에 터졌다. 자택에서부터 뒤따라온 방송국 헬기 소리가 긴박감을 더했다.
바닥에 붙은 삼각형 모양 노란 테이프 위에 선 이 전 대통령은 재킷 안쪽 주머니에서 두 번 접힌 A4 용지 한 장을 꺼냈다.
취재 기자가 다가와 '국민께 한 말씀 해달라'고 하자 이 전 대통령은 손가락으로 종이를 가리키며 "할 거예요"라고 답했다. 이 전 대통령은 프린트해 온 입장문을 약 1분 10초간 읽었다. 검찰이나 현 정부를 비판하는 날 선 내용이 담겼을 수도 있다는 예상도 있었지만, 우회적으로 유감을 표현하는 정도였고, 이 전 대통령은 '국민께 사과한다'는 대목에서는 스스로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낭독 내내 그의 굳은 얼굴에선 별다른 표정 변화가 읽히지 않았다. 다만 두 손은 긴장되는 듯 계속해 종이를 매만졌다. 입장문 낭독이 끝난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청사 내부로 들어갔다. 뒤따라와 뇌물 혐의를 묻는 기자에게는 "여기(계단) 위험해요"라며 비키라는 손짓도 했다. 그는 로비에서 강훈 변호사 등 변호인단과 합류해 10층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은 고위 간부나 외빈이 타는 금빛 엘리베이터 대신 민원인이나 피조사자, 직원 등이 이용하는 일반 엘리베이터를 대기시켰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현관은 이 전 대통령을 맞을 준비로 이른 새벽부터 북적였다. 출입구 양쪽으로는 7m 폭의 팔(八)자 모양 통제선이 설치됐다. 통제선 밖으로는 카메라 기자들의 사다리와 영상 카메라의 삼각대가 늘어섰다. 약 100여 명의 기자에 대해서만 이날 통제선 밖에서 '근접' 취재가 허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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