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하며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최근 충남대에 모든 재산을 기부한 이영숙 여사가 14일 별세했다. 향년 69세.
이 여사는 지난달 27일 충남대를 방문해 "인재양성에 써 달라"며 5억원 상당의 건물 2채와 예금·적금·보험 등 6억원 상당의 현금을 발전기금으로 냈다.
이 여사는 식도암과 폐암으로 투병하면서 연명치료를 거부하며 인생을 정리해 왔다.
몸 상태가 매우 안 좋은 상황에서도 대학을 직접 찾아 발전기금을 낸 뒤 곧바로 충남대병원에 입원했지만 불과 10여일 만에 유명을 달리했다.
기금을 낼 당시 그녀는 "제 인생의 마지막을 충남대에 기록하고 싶었다"며 "배움에 대한 갈망도 많았지만 제대로 배울 수 없었다. 평생 모은 재산이 학생들에게 전해져 제 이름이나마 남겨졌으면 좋겠다"고 말해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어머니가 자신을 낳은 후 후유증으로 돌아가시면서 배다른 형제들과 함께 살게 된 이 여사는 모진 구박과 폭력에서 벗어나려고 집을 나와 식모살이를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그녀는 결혼을 하고 1남 1녀의 자식을 낳았지만, 집안의 갈등으로 이혼의 아픔을 겪었다. 생활을 위해 분식·칼국수 집 등 어떤 일도 마다치 않는 등 평생 기구한 삶을 살았다고 회고했다.
'이영숙 장학생'과 이 여사와의 만남, 지난해 12월 전 재산을 기부했던 성옥심 여사와의 만남을 계획하던 충남대는 가족이 없는 고인의 상황을 고려해 장례의 모든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여사는 지난 12일 병원을 찾은 대학 관계자들에게 "행복이란 것을 모르고 살았는데 인생의 마지막을 정리하면서 전 재산을 충남대에 기부하며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학생들이) 밝은 미래를 환하게 밝혀주는 인재가 되어 달라"는 유지를 남겼다.
대학은 '이영숙 장학기금'을 만들어 학생들을 지원할 방침이다.
kjun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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