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거래 안되는 점에서 아직 통화 아니다…사려 깊은 규제 도입 필요"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리플의 최고경영자(CEO) 브래드 갈링하우스는 시스템 내에서 해법을 찾는다는 점에서 리플이 "블록체인 업계의 아웃라이어(outlier·이단아)"라고 밝혔다.
갈링하우스는 14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무정부적이고 체제에 반대하는 것이 암호화폐의 기본적인 문화였다면 리플은 정부와 정책입안자, 금융기관과 함께 문제 해법을 찾는 역발상 접근법을 취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리플은 가상화폐(암호화폐·가상통화)인 리플코인을 활용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금융기관간 지급결제를 지원하는 엑스커런트(xCurrent), 리플코인을 활용한 송금 서비스인 엑스래피드(xRapid) 등이 주요 서비스다.
엑스커런트에는 우리나라의 우리은행[000030]과 신한은행이 참여하고 있다.
갈링하우스는 기존의 인터넷 혁명이 '정보의 인터넷'이었다면 블록체인은 '가치의 인터넷'이라며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가치가 전 세계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스템 내에서 시스템과 협업해 실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냅스터와 아이튠스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음원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냅스터가 디지털 음원의 혁명적 가능성을 보여줬으나 시스템을 무시하고 법과 규제를 어긴 탓에 오래 가지 못하고 디지털 음원의 활성화는 시스템과 협업한 아이튠스가 실현했다고 그는 보고 있다.
암호화폐가 규제를 우회하고 익명 거래를 추구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그가 불식시키고 싶어하는 대표적인 오해로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트코인은 그런 정신으로 시작했다고 할 수 있지만 리플은 당국, 금융기관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고 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소비자와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사려 깊은 규제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다음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가상화폐 규제가 논의되는 것과 관련해서도 "국제적인 차원의 규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상화폐, 암호화폐, 가상통화라는 용어 대신 '디지털 자산'이라는 용어를 주요 사용했다.
그 이유에 대해 "아직 통화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통화가 되려면 실물 거래가 돼야 하는데 비트코인으로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사 먹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영원히 통화가 아닌 상태로 남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물론 비트코인으로 커피를 사 먹고 싶다고 하면 할 수 있지만 거래가 처리되는데 시간이 걸려 커피가 식을 것"이라는 뼈 있는 유머를 덧붙이기도 했다.
리플코인의 가격 변동성이 큰 것과 관련해 그는 리플코인뿐 아니라 디지털 자산의 공통된 현상으로, 디지털 자산이 아직 '청소년기'에 있어 짧은 시간에 크게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비트코인의 변동성과 연동돼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데 때론 이런 동조화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봤다.
예컨대 가상화폐 공개(ICO) 규제가 이더리움과 같은 일부 가상화폐와 관련된 것인데 ICO 규제 도입으로 모든 디지털 자산 가격이 출렁하는 것이 비합리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국제 송금 거래를 위해 10조 달러를 계좌에 예치해둬야 하는 현재의 시스템 문제를 해결해가는 자사의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키워나가면 "리플코인의 시세는 3∼5년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갈링하우스는 신한은행, 우리은행과 진행한 파일럿이 "성공적인 결과가 나왔고 앞으로 발전시키자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pseudoj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