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에 관한 '호킹의 면적 정리'·'호킹 복사' 유명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블랙홀은 그다지 검지 않다"(Black Holes Ain't So Black).
14일 별세한 세계적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30년 전 낸 대중 과학서 '시간의 역사'(A Brief History of Time)에서 자신의 가장 중요한 발견 중 하나인 '호킹 복사'(Hawking radiation)을 설명하면서 쓴 말이다.
호킹 교수는 우주의 구조와 기원을 밝히는 '우주론'(cosmology)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결합하는 양자 중력(quantum gravity) 이론을 평생 연구했다.
호킹 교수는 1966년 케임브리지대에서 일반상대론과 우주론을 전공분야로 해서 응용수학과 이론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이 대학의 곤빌 앤드 카이우스 칼리지에서 연구원(펠로)으로 재직하고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캘테크)에 방문교수로 오가면서 그가 평생 누릴 명성의 기반이 될 연구를 했다.
호킹은 1973년 제임스 M. 바딘(당시 미국 예일대 재직, 현 미국 워싱턴대 명예교수), 브랜든 카터(당시 영국 케임브리지대 재직, 현 프랑스 파리-뫼동 관측소 재직)와 함께 '블랙홀 역학의 4대 법칙'(The Four Laws of Black Hole Mechanics)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는 블랙홀의 성질을 수학적으로 규명한 결과 마치 고전적 열역학의 4대 법칙(제0·1·2·3법칙)에 대응하는 듯한 관계가 성립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중 '블랙홀 역학의 제2법칙'에 해당하는 내용은 "(특정 조건에서) 블랙홀의 면적은 늘어나기만 하고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마치 열역학 제2법칙이 '닫힌 계의 엔트로피는 늘어나기만 하며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과 비슷하다.
이에 대해 소광섭 서울대 물리교육과 교수는 "호킹의 면적 정리(Hawking's area theorem)에 따르면 블랙홀 두 개가 합쳐질 때 그 면적은 줄어들지 않고 그대로이거나 더 커져야 한다"며 "이는 양자역학적 결과가 아니라 고전역학적으로 풀이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호킹은 1973년 모스크바를 방문해 야코프 젤도비치 교수와 알렉세이 스타로빈스키 교수 등을 만나 "양자역학적 효과를 고려하면 회전하는 블랙홀이 입자를 생성하고 방출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들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호킹 복사'를 이론적으로 예측해 1975년께부터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호킹 복사는 양자역학적 효과를 고려하면 블랙홀이 흑체 복사(blackbody radiation)를 한다는 것이다. 즉 에너지를 흡수했다가 빛(전자기파)의 형태로 다시 내뿜는다는 얘기다.
고전역학적으로만 생각하면 블랙홀 안에 들어간 물체나 빛은 중력에 갇혀 빠져나올 수 없기 때문에 블랙홀은 빛을 흡수하기만 하지 내뿜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검기만 하다'는 뜻으로 '블랙홀', 즉 '검은 구멍'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양자역학적 효과를 고려하면 "블랙홀은 그다지 검지 않다"는 얘기가 성립한다.
이에 따르면 조그만 블랙홀은 전자기파 복사를 내면서 에너지와 질량을 잃어버리게 되고 결국은 사라지게 된다. 이런 이론적 현상을 '블랙홀 증발'(black hole evaporation)이라고 부른다. 이런 현상은 이론적으로는 계산되나 아직 명확히 관측된 적은 없다.
소광섭 교수는 "(호킹 교수의 연구가 나오기 전) 옛날에는 블랙홀에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가서 다시 나오지 않는다고 했는데, 양자장론(quantum field theory)의 관점에서 보면 블랙홀에서도 빛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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