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산 동결·비자 발급 및 월드컵 참가 거부 등 거론
러시아, 영국 내 자국 방송 면허 취소시 "러시아 내 영국 언론 추방" 경고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 정부가 '러시아 스파이' 암살 사건과 관련해 공식 해명 데드라인을 넘긴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치에 착수했다.
14일(현지시간) 공영 BBC 방송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날 오전 국가안보위원회를 주재하고 러시아에 대한 후속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메이 총리는 지난 12일 러시아 출신 이중간첩 암살 시도에 러시아 정부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짓고, 러시아 측의 소명이 없으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외무부는 런던 주재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이번 사건에 러시아가 군사용으로 개발한 신경작용제인 '노비촉(Novichok)'이 발견된 데 대한 해명을 요구하면서, 13일 자정까지 답변을 내놓으라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러시아는 그러나 데드라인까지 반응하지 않았다.
대신 이번 공격에 사용된 화학물질에 대한 접근권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앞서 지난 4일 러시아 이중간첩 출신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이 영국의 한 쇼핑몰에서 미확인 물질에 노출된 뒤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이 물질은 분석 결과 1970∼1980년대 러시아에서 군사용으로 개발된 '노비촉'으로 확인됐다.
러시아가 최후통첩 시한을 어김에 따라 영국 정부가 어떤 제재 조치를 취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가장 우선 러시아 외교관들을 추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지난 2006년 영국 정부는 러시아가 알렉산더 리트비넨코 암살 용의자인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출신 러시아인 3명에 대한 신병 인도를 거부하자 영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 4명을 추방한 바 있다.
BBC는 그러나 당시 영국 정부의 조치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었던 만큼 이번에는 더 강력한 카드를 꺼내 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자산 동결, 비자발급 거부, 러시아 월드컵 보이콧, 러시아 관영 해외방송 채널인 RT에 대한 방송면허 취소 등이 가능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영국이 자체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을 우선 시행한 뒤 다른 서방국가와 협력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만약 이번 사건이 러시아 정부가 직접적으로 개입해 발생했다면 이는 화학무기금지협정의 명백한 위반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영국 외무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이사회에 이번 사건을 보고할 예정이다.
이미 미국과 프랑스, 독일 등은 물론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해 주변 국가들까지 이번 사건에 대한 규탄과 함께 영국에 대한 지지의사를 나타냈다.
그러나 영국이 제재 카드를 꺼내들 경우 러시아 역시 반격을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 정부는 영국이 RT의 방송면허를 박탈할 경우 러시아에 있는 영국 언론들을 추방하겠다는 위협을 내놨다.
한편 영국 솔즈베리시에서 신경작용제를 동원해 가해진 이번 공격으로 스크리팔 부녀, 현장에 투입됐다 중독된 닉 베일리 경사 외에 35명의 시민들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영국 경찰은 밝혔다.
이중 34명은 퇴원하고 1명은 외래진료를 통해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영국 경찰은 스크리팔 부녀가 사건 발생 당일 이용했던 빨간색 BMW 차량의 목격자를 찾고 있으며, 이번 사건 외에 러시아와 연관된 것으로 알려진 14명의 사망 사건도 재조사하기로 했다.
pdhis9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