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성폭력상담소 통계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직장 내 성폭력 10건 중 6건 이상이 권력관계를 이용한 상사나 고용주의 가해인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상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성폭력 피해 상담 중 '아는 사람'에 의한 피해가 1천88건으로 전체의 86.3%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에서도 직장 관계에 있는 사람에 의한 피해 상담이 375건으로 전체 상담 중 29.8%를 차지했고, 친족과 친인척이 11.4%로 그 뒤를 이었다.
직장 내 성폭력의 가해자를 보면 상사가 188건으로 50.1%를 차지했고, 고용주가 59건으로 15.7%를 차지해 권력관계를 이용한 성폭력이 65.8%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동료(18.7%), 고객(6.7%), 거래처(2.1%), 부하(0.8%) 등이 뒤를 이었다.
직장 내 성폭력을 유형별로 보면 강제추행과 준강제추행이 179건(47.7%)으로 가장 많았고, 성희롱 피해 상담 105건(28.0%)으로 뒤를 이었다. 강간 및 강간미수도 15%나 됐다.
전체 상담 통계 1천260건 중에서는 강제추행 피해가 500건(39.7%)으로 가장 많았고, 강간 및 강간미수가 347건(27.5%)으로 뒤를 이었다.
강간 피해 역시 아는 사람에 의한 피해가 87.3%에 달했고, 친족에 의한 피해도 15.6%나 됐다.
강간 피해를 상담한 이들 중 53.7%가 상담 전 대응을 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 중 법적 대응을 한 사례가 22.9%로 가장 많았다. 사전에 고소나 신고 등 법적 대응을 했더라도 처벌이 미비하거나 수사재판 과정에서 겪는 다양한 어려움으로 인해 상담을 원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상담소 측은 설명했다.
또 강간 피해 상담 205건 중 성인(20~64세) 피해자의 사례 124건을 분석한 결과, 심각한 수준의 폭행·협박이나 피해자의 강한 저항, 도망친 행위 등이 존재하는 사례는 12%였고, 이런 행위가 없었던 사례는 43.5%를 차지했다.
이들은 피해자가 거절 또는 거부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행위가 이뤄졌다는 점(26.4%), 가해자의 행위가 폭력적이거나 피해자와 합의되지 않았다는 점(19.4%),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저항하기 어려웠던 점(33.3%) 등을 들면서 자신이 경험한 행위가 강간이라고 호소했다.
상담소 측은 이에 대해 "강간죄를 좁게 해석하는 수사·재판부의 판단과는 괴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며 "과거와 달리 최근 강간죄 인정에 있어 당시 상황과 피해자-가해자 관계를 맥락적으로 고려하고 피해자가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이유를 적극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판결도 많아지고 있으나, 보다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변화가 촉구된다"고 밝혔다.
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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