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화를 옆에서 보는 건 특권", "조성진은 가장 기품있는 쇼팽 연주"
오는 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서 피아노 독주회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미국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55)는 한국 클래식 팬들에게 더없이 흥미로운 이력을 가졌다.
그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영혼의 동반자", "하늘이 내린 선물"이라고 부르는 듀오 파트너이자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한 첫 한국인 피아니스트인 조성진의 멘토로 알려졌다.
오는 2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서 리사이틀을 여는 그를 서면으로 미리 만났다. 정경화의 파트너가 아니라 독주자로서 한국에 공식 데뷔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그는 "정경화 첫 서울 공연을 했던 바로 그 장소에서 독주자로서 만나게 돼 기쁘다"며 한국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1990년 쇼팽 콩쿠르에서 1등 없는 2등을 차지하고 같은 해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3위를 차지하며 음악계에 이름을 알린 그가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맺기 시작한 건 2011년부터다.
"2011년 강원도에서 열리는 '대관령국제음악제'(현 '평창대관령음악제')에 참여하며 정경화를 처음 만났습니다. 친분도 전혀 없고 듀오 활동을 생각해본 적도 없는 사이였지만, 그해 여름 대관령에서 우린 무엇인가 통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연주에 대한 생각이 똑같진 않았지만 우린 서로의 연주에 매료됐어요. 지금도 여전히 그녀의 연주에 반해 있습니다."
정경화는 연주에 있어 집요하리만치 완벽함을 추구하는 성격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와 파트너를 이루는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을까.
그는 오히려 "예술적으로 완벽해지기 위한 정경화의 평생에 걸친 노력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예술적 완벽성이라는 것은 결국 한 가지입니다. 연주자와 관객 모두 그 시간에 연주라는 행위가 개입돼 있다는 사실을 잊게 되는 초월의 단계에 이르는 과정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바입니다."
조성진에 대해서도 "가장 기품 있는 쇼팽을 연주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그의 연주를 듣고 조언을 해주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고도 이야기했다.
"조성진을 처음 만난 건 2011년이었는데 아주 특별한 재능을 타고났다는 것을 그 자리에서 알아차렸죠. 이후 만나지 못하다가 2015년 조성진이 쇼팽 콩쿠르를 준비할 때 다시 레슨을 하게 됐죠."
그는 조성진의 특별한 자질들을 열거했다.
"그는 엄청난 속도로 새로운 것을 흡수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요. 이건 가르치거나 배울 수 있는 게 아니죠. 예술가만이 이런 일을 할 수 있어요. 또 한 가지 특별한 점은 신중함과 섬세함을 바탕으로 자신의 감정을 정돈되고 균형되게 표현한다는 것이죠. 바로 이 부분이 조성진이 쇼팽 해석에 있어 탁월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번 공연 프로그램을 쇼팽과 파데레프스키로 구성했다.
1부에서는 쇼팽의 폴로네이즈 Op.44, 3개의 마주르카 Op.63, 소나타 3번 Op.58 등을 통해 '쇼팽 스페셜리스트'임을 과시한다.
2부는 폴란드의 초대 수상이자 당대 가장 저명한 쇼팽 해석가였던 파데레프스키의 주요 작품을 연주한다.
그는 쇼팽에 대해 "내 삶의 동반자이자 가장 친한 친구"라고 표현했다. 파데레프스키 곡을 선택한 이유로는 "100년 전 독립국으로서 폴란드의 재수립에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기 때문에 쇼팽과 그의 곡을 함께 연주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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