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한국기업 잇단 금융사기 피해…이메일 해킹 뒤 송금 유도

입력 2018-03-15 06:30  

멕시코 한국기업 잇단 금융사기 피해…이메일 해킹 뒤 송금 유도
올해 들어 2곳 당해…"통신보안 강화·송금 전 재차 확인 필요"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기업을 상대로 이메일 해킹을 통한 금융사기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4일(현지시간) 주멕시코 한국대사관과 현지 진출 한국기업들에 따르면 멕시코인으로 추정되는 신원 미상의 사기 용의자가 한국기업과 거래처의 이메일을 해킹한 뒤 송금된 거래 대금을 중간에 가로채는 금융사기가 잇따르고 있다.
수법을 보면 용의자는 한국기업과 거래처가 주고받은 이메일을 해킹해 모든 거래 정보를 입수한 뒤 거래처 명의로 멕시코 시중은행에 계좌를 개설했다.
이후 용의자는 해킹으로 확보한 거래처 관계자의 이메일 계정에 접속해 담당자인 것처럼 한국기업과 영어로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거래 대금을 송금하도록 유도했다.
한국기업이 이메일 해킹 사실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이메일로 전달받은 은행계좌로 거래 대금을 송금하면 용의자가 즉시 인출한 뒤 계좌를 폐쇄하고 잠적했다.
한국기업의 거래처는 말레이시아, 홍콩 등지에 있으나 거래 대금 수취은행 소재지는 멕시코였다.
용의자가 송금된 즉시 인출하므로 한국과 멕시코 간 시차에 따른 주·야간 업무시간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한국에 있는 송금은행이 최단시간 내에 신속히 멕시코 은행에 출금 정지 요청을 하지 않는 한 인출을 막기 어렵다.
이 같은 수법의 이메일 해킹을 통한 금융사기는 올해 들어 두 번 발생했다.
용의자가 계좌를 개설한 멕시코 은행 측은 한국에 있는 송금은행이 금융사기 관련 이의제기를 할 경우 관련 부서에서 조사에 협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피해 한국기업이 멕시코 검찰에 정식으로 신고하면 수사에 협조할 수 있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사관 관계자는 "먼저 해외 기업과 거래하는 한국기업들이 통신보안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면서 "해외 송금을 할 때 거래처 소재지와 은행 소재지가 다를 경우 송금 전에 직접 통화해 재차 확인하는 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그러면서 "용의자가 멕시코 은행 당국과 수사기관의 관료주의적이고 느린 업무처리를 악용해 도피할 시간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 만큼 피해를 보상받을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는 점을 유념해달라"고 덧붙였다.
멕시코에서는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 관계자가 납치, 강도 등을 당하거나 개인 사업에 종사하는 교민들이 강·절도 등 범죄를 당해도 복잡하고 느린 행정절차, 일부 검경의 수사비 명목 뒷돈 요구, 보복 우려 등으로 치안 당국에 신고를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때문에 동일 용의자들의 범죄 표적이 다시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penpia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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