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의 자리'·'문학으로 만나는 기독교 사상'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문학평론가 조재룡, 김종회 교수가 나란히 비평집과 연구서를 출간했다.
조재룡(51) 고려대 불어불문학과 교수는 2003년 '비평'에 문학평론을 발표하면서 평론 활동을 시작해 주로 시 문학을 깊이 분석해왔다.
이번에 내놓은 네 번째 비평집 '의미의 자리'(민음사)도 시를 해석하고 비평한 글들을 묶은 것이다. '의미'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시 한 편 한 편을 독해했다. 기존의 언어를 통해 새로운 감각을 만들어 내는 시의 신비로움을 이야기하며 시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 나가는 여정을 담았다.
총 여섯 부로 나눠 서른 편의 글을 실었다. 1부는 시의 이론을 탐구한 내용이고, 2-3부와 4부 일부는 시집 해설이다. 김혜순, 이문숙, 장석주, 박연준, 황인숙, 김경주, 김언 등의 시집을 다뤘다. 5부는 언어와 사물, 타자와 주체 같은 주제를 중심으로 쓴 글들을 모았다. 6부는 독립 잡지와 문예지의 현황, 시와 자본, 시인과 검열 등을 다룬 글 세 편을 묶었다.
저자는 의미란 사물과 언어의 결합이 아니라 단어와 단어의 연결을 통해 만들어져 살아 꿈틀거리는 유기체와 같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시는 매우 '주관적인' 방식으로 우리가 마주하게 될 의미 생성의 흔적들이 집결한 장소이며, 따라서 '형식'의 반대편에 '의미'를 가두어 놓은 이분법 저 너머 어딘가로 우리를 초대한다. (중략) 시는 어떤 경우에도, 그러니까 의미를 지워 내려는 시도나 의미 생성의 경로를 낱낱이 파헤치고자 하는 시조차도 '의미'를 저버릴 수 없다. 이러한 과정 자체가 벌써 '의미'의 자리를 타진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의미'는 항상 근사치의 의미, 따라서 항상 자신의 자리를 타진하는 의미인 것이다."
652쪽. 2만2천원.
김종회(63) 경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1988년 '문학사상'을 통해 평론가로 나와 활동하면서 '문학사상', '문학수첩', '21세기 문학' 등 여러 문예지의 편집위원을 맡아왔다.
이번에 낸 저서 '문학으로 만나는 기독교 사상'(문학수첩)은 종교와 문학, 특히 문학 속에 담긴 기독교에 관해 분석했다. 한국 현대문학에 나타난 기독교 사상과 그 의식의 본질, 그것이 문학의 형상으로 나타나는 상관관계의 문맥을 살핀다.
1부에서는 인본주의 시각으로 기독교를 바라본 김동리, 유재용, 이승우의 작품을 해석하고, 이청준, 현길언, 안영, 박경숙, 채영선 등 여러 작가의 작품에서 문학과 기독교적 세계관이 어떻게 만나는지 탐구한다. 2부에서는 김현승, 서정주, 김달진, 조병화, 신영춘의 시를 통해 시인들이 기독교 사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부분에서 충돌했는지 살펴본다. 3부에서는 개화기부터 오늘날 디아스포라 문학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문학의 형상과 분포, 적용의 문제를 검토한다.
저자는 "기독교 사상의 역사와 그 경과 과정에 수반되어 있는 사상성이 우리 문학의 취약한 사상적 토대를 보강하고 작품의 폭과 깊이를 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또 "종교적 인자가 문학의 예술성을 부축해주고, 문학이 종교적 교리의 의미를 보편적인 해석의 차원으로 끌어낼 수 있을 때, 우리는 탁발(卓?)한 종교 소재의 문학작품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224쪽. 1만5천원.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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