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부실대출 실제보다 훨씬 축소…금융위기 대책 필요해"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 지방정부 부채와 은행 부실대출 문제가 공식 통계치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경고가 나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5일 보도했다.
중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재정경제위원회의 인중칭 부주임은 전날 "작년 말 현재 지방 부채의 공식적인 통계치는 16조5천억 위안(약 2천800조원)이지만, 이는 실제보다 훨씬 축소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본 투자, 민관 합동 프로젝트, 지방정부 소유 기업 부채 등으로 위장된 지방정부 부채는 최소 20조 위안(약 3천40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위장된 지방정부 부채와 정부의 공식 통계치를 합칠 경우 지방정부 부채가 무려 36조5천억 위안(약 6천20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얘기다.
인중칭 부주임은 은행의 부실대출 또한 실제보다 훨씬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작년 말 기준으로 중국 내 은행의 공식적인 부실대출 비율은 1.74%이지만, 은행들이 부실대출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숨기고 있어 실제 부실대출 비율은 이보다 훨씬 높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금융 부실의 근본적인 원인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막고자 화폐 발행을 대폭 늘린 결과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화폐 유통량이 4배로 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화폐 유통량은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00%가 넘는 168조 위안(약 2경9천조원)에 달한다.
인 부주임은 "이는 강물이 우리 머리 위로 지나가는 것과 같으며, 강물이 새기 시작하면 우리는 익사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많은 리스크가 있지만, 금융 리스크가 무엇보다 위험하며, 가장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부채 문제는 너무나 거대하고 광범위해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 중앙은행장인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이 최근 "중국 경제가 부채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있으며, 중국 정부의 부채 통제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한 것과는 대조되는 발언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는 부채 문제가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인식 아래 그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은행감독관리위원회(은감회), 보험감독관리위원회(보감회),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등을 총괄해서 감독할 '금융안전발전위원회'를 출범시켰으며, 최근 정부기구 개편에서는 은감회와 보감회를 통합하기로 했다.
인 부주임은 "금융 재벌들이 은행, 보험, 증권 등으로 사업 영역을 전방위로 확장하고 있어, 이들이 초래할 위험을 막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증감회까지 통합한 금융 감독기구의 설립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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