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직통이 진리"…폼페이오 매파성향도 근심
통상·이란핵합의·북핵협상 등에 변수 돌출할라 촉각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갑작스러운 퇴출에 미국 안팎의 외교관들과 국제 전문가 사이에선 불만과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강경파인 후임 국무장관 지명에 당혹해 하는 분위기도 포착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틸러슨 장관을 전격 경질한 것을 두고 미 국무부는 물론 세계 각국의 다양한 반응을 전하면서 특히 미 우방국들의 우려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틸러슨은 경질되기 이전에도 미국 국무부 안팎에서 외교단의 사기 저하, 국무부 예산 축소, 외교관들의 위상 격하 등으로 비판을 받은 인물이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더 큰 우려는 틸러슨 경질 후 미국의 외교 정책 운용과 방향이 극단적이고 더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유럽 지도자들 사이에서 걱정의 목소리가 두드러진다.
유럽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지금껏 괄시를 당하다가 그나마 "철이 들었다"는 평가를 받던 틸러슨마저 퇴출당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강경파인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그 자리를 물려받게 되면서 타협의 여지가 줄어들 공산은 더 커졌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주변을 생각이 같은 인물들로 채우게 되면 유럽과의 무역·이란 핵 협상에서 강경일변도 정책을 지속해서 펼칠 수도 있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행한 초유의 '트윗 해고'는 '결국 결정권자는 트럼프'라고 적과 우방에 보내는 강력한 신호로 읽히고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분담금과 무역수지 적자 등을 문제 삼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유럽연합(EU)을 줄기차게 비판해 왔다.
최근에는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일괄적인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미 워싱턴 주재 한 유럽 대사는 "요즘엔 (미국의) 우방 되는 일이 힘들어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유럽개혁센터의 찰스 그랜트 센터장은 "틸러슨의 실패가 무엇이든 간에 그는 주류 공화당 지지자로 성숙한 사람 중의 한 명"이라고 그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틸러슨이 유럽과의 관계에서 전통적인 공화당의 외교, 무역 정책으로 실용적 노선을 추구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틸러슨의 공백은 이란과 주요 6개국이 2015년 체결한 핵 합의의 무력화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유럽 외교관들은 폼페이오가 처음부터 반대해 온 이란 핵 합의를 트럼프 대통령이 파기할까 걱정하고 있다.
유럽외교관계위원회의 이란 전문가 엘리 게란마예는 "틸러슨은 타협의 여지가 있는지 알아보려 하고 유럽인들에게 위안의 목소리를 냈던 사람"이라며 "폼페이오와 함께라면 유럽과 이란은 유동성 여지를 기대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NYT는 아시아 국가들도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유럽과 비슷한 혼란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틸러슨은 북미 대화를 제안하다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비난을 받은 뒤 정작 대화가 시작될 때 배척을 당했다.
신문은 한국 관리들이 국무부가 점점 더 소외되면서 백악관, 폼페이오 CIA 국장을 통해 일을 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미국 장관들 대신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적이고 긴밀한 관계에 의존하는 대안을 강구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고문들과의 논의보다는 충동적인 결정을 내리는 상황에서 그런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의문이라고 NYT는 진단했다.
일본 야당 의원이자 전 국방차관인 아키히사 나가시마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틸러슨은 "분별 있는 사람이었다"며 "북미 간 정상회담이 실패해 군사 분쟁의 단계로 접어들까 걱정된다"고 적었다.
중국도 트럼프 대통령 본인과 좋은 관계를 시작해야 외교관계가 순탄하다는 인식이 있으나 폼페이오 국무장관 내정자에 대한 우려가 크다.
폼페이오는 CIA 국장으로서 중국이 장기적으로 미국의 가장 큰 적이며 미국 군사, 기술, 교육에 침투하려고 애를 쓴다고 경고한 바 있다.
중국 상하이 푸단대의 미국학연구소 부소장인 숭궈여우는 "폼페이오는 북한이 미국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북한에 대한 예방전쟁을 옹호하고 있다"며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난다면 트럼프 행정부에는 북한에 대한 전쟁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강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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