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농부] ① "고양이 손도 빌린다는 영농철엔 '효자손' 같은 존재"

입력 2018-03-18 09:15   수정 2018-03-18 14:41

[외국인 농부] ① "고양이 손도 빌린다는 영농철엔 '효자손' 같은 존재"
'괴산發 외국인 계절 근로자' 농번기 인력수급 대안으로 주목
올해만 31개 지자체 계절 근로자제 시행…2천300여 명 배정

[※ 편집자 주 : '고양이 손도 빌린다', '부지깽이도 나와서 돕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농번기 농촌의 일손부족 현상을 빗댄 말입니다. 만성적인 농촌의 노동력 부족은 탈농촌·고령화와 맞물려 심화하고 있습니다. 궁극적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한 채 부족한 일손 상당 부분을 외국인 근로자에게 의존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최근엔 지방자치단체들이 농번기에 외국서 근로자를 데려와 단기간 현장에 투입하고 돌려보내는 '외국인 계절 근로자제'까지 앞다퉈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 공급이 농촌 미래를 담보할 항구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3편의 기사를 통해 계절 근로자 제도를 포함한 외국인 농부 수급 제도와 현황, 이를 둘러싼 논란을 살펴보고 전문가 해법을 들어봅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전형적인 농업군(郡)인 충북 괴산군의 지난달 말 현재 만 65세 이상 노인은 전체 인구(3만8천631명)의 30.8%인 1만1천906명이다.
충북 평균 노인 비율보다 배가량 높다.
내로라하는 기업체와 공공기관이 없어 젊은 층은 대도시로 떠나고 인구 유입은 적어서다.
노인 인구가 많다 보니 영농철만 되면 농가마다 일손을 구하기 위해 발을 동동 구른다.
이 지역 특산품인 절임배추를 생산할 시기에는 일당 10만원을 준다고 해도 일손을 구하지 못할 정도라는 게 괴산군 설명이다.
군이 고육지책으로 2015년 10월 전국 처음으로 외국인 계절 근로자제를 시범 도입한 이유다.



계절 근로자제는 다문화 가정 가족이나 이웃, 외국인 근로자를 초청해 최장 3개월간 농촌 일손을 돕게 하는 제도다. 법무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군은 당시 자매결연한 중국 지안(集安)시 계절 근로자 19명을 데려와 절임배추 생산농가의 일손부족 문제를 다소나마 해결해줬다.
2016년(73명)과 지난해(120명)에도 자매결연한 중국 지안시 계절 근로자 도움을 받았다.
괴산으로 오는 중국 계절 근로자는 매년 늘고 있다.
군은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에도 중국 지안시에서 계절 근로자 193명을 데려올 예정이다.
상반기에는 찰옥수수·담배·인삼·고추 생산농가에, 하반기에는 절임배추 생산농가에 계절 근로자를 배치할 계획이다.
괴산군 한 관계자는 "농업이 3D 업종이다 보니 농촌에서 일손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라며 "외국인 계절 근로자 덕분에 다소나마 일손부족 문제가 해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내국인보다는 저렴한 비용으로 일손을 구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고, 계절 근로자 중 상당수가 농사 경험이 있다는 점 때문에 다른 지자체도 앞다퉈 계절 근로자제를 도입하고 있다.
올해 충북에서 8개 지자체가, 전국적으로 31개 지자체가 외국인 계절 근로자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2천300여 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괴산군 장연면에서 10년째 절임배추를 생산하는 임금택(61)씨는 "계절 근로자제가 도입되기 전까지 매년 절임배추 주문량이 쇄도할 때마다 일손부족에 시달렸다"며 "2015년 처음 도입된 외국인 계절 근로자제 덕분에 일손부족 문제를 다소 해결해 다행"이라고 말했다.
임씨는 매년 2만 박스(1박스는 20㎏)가량을 생산한다.
임씨처럼 다른 지역 농민들도 계절 근로자 도입으로 일손 부담을 덜게 됐다며 반기고 있다.
경북 영양군 수비면에서 채소농사(6만6천㎡)를 짓는 권상환(59)씨는 지난해 봄과 가을 베트남 계절 근로자를 고용했다.



권씨는 "열대지방 출신인 이들이 지난해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에도 맡은 일을 성실히 해줘 만족스러웠다"며 "올해 가을에도 계절 근로자 고용을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지급, 산재보험 가입, 숙식 제공 등 계절 근로자 고용 조건이 까다롭지만, 이들이 아니면 일손부족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어 외국인 손을 빌리는 농가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 양구군 남면에서 12년째 파프리카 농사를 짓는 우동화(56)씨도 지난해 처음 필리핀 계절 근로자 2명을 고용했다.
그는 "계절 근로자제 장점은 사람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주변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사람들도 만족스러워한다"고 귀띔했다.
강원도에서는 2016년 양구군이 필리핀 계절 근로자 57명을 시범적으로 데려온 이후 계절 근로자제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양구군이 164명, 홍천군이 109명, 화천군이 31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데려왔다.
외국인 계절 근로자가 농촌 인력난을 해결해주는 '효자 손'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외국인 근로자를 데려오려는 강원지역 지자체가 잇따르고 있다.
춘천시는 올해 하반기에 필리핀 근로자 100명을 배치할 예정이다.
강원도 내 최대 곡창지역인 철원군은 지난해 베트남 동탑성과 업무협약을 맺고 외국인 근로자 파견 프로그램을 추진하기로 했다.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에서 농사(9만9천여㎡)를 지으며 지난해 처음 계절 근로자를 고용한 이경진(57)씨도 이 제도를 좋게 평가했다.
이씨는 "베트남에서 온 계절 근로자 4명과 함께 3개월간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 일하다 보니 정이 깊게 들었다"며 "올해도 이들과 함께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계절 근로자제가 농촌 일손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면서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저임금이 올해 큰 폭으로 올라 인건비 부담이 더 커졌고 체류 기간이 최장 3개월로 짧다는 것이다.
지난해 시간당 6천470원이던 최저임금은 올해 7천530원으로 16.4% 껑충 올랐다.
임씨는 "최저임금은 16.4% 올랐는데 농산물 판매가격은 그만큼 오르지 않아 인건비가 부담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외국인 계절 근로자에게도 최저임금을 보장해줘야 하는 데다 숙식까지 제공해야 하는 것이 농가로서는 부담이다.
이씨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비누와 칫솔, 화장지 등 생필품까지 요구한다"며 "외국인 계절 근로자에 한해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 방안,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 숙식 비용을 근로자와 농가가 절반씩 부담하도록 계약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외국인 계절 근로자의 체류 기간을 상·하반기에 각각 5개월로 늘려야 한다고도 했다.



우씨도 "1년 내내 비닐하우스에서 일할 근로자가 필요한 데 외국인 근로자가 그때그때(3개월마다) 바뀌면 일을 가르치기가 어렵다"며 "외근인 근로자가 최소 1년은 일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농민들은 외국인 근로자와의 의사소통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말이 통하지 않아 다소 불편하긴 하지만 농사일이 단순 노동이어서 손짓, 발짓으로 해결할 수 있는 데다 필요할 경우 결혼 이주여성 등의 통역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갈수록 부족해지는 농촌의 현실에서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계절 근로자제라고 생각하는 농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윤우용 이해용 이강일 손상원 변지철 기자)
yw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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