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송명희 교수, '수필과비평' 기고 글로 '미투' 연대 필요성 강조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공포스런 '괴물'의 퇴치는 어느 개인의 힘에 의해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성추행 근절을 위한 미투는 우리 사회가 성 평등사회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할 아킬레스건이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부끄럽다고 덮고 지나칠 일이 절대 아니다."
한국문학과 페미니즘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학자이자 평론가 송명희(66) 부경대 명예교수는 최근 월간 '수필과비평' 3월호에 기고한 '성 평등사회로 가기 위한 아킬레스건 '미투''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또 "이제 우리 사회는 서지현 검사와 최영미 시인이 촉발시킨 분노감정에 힘을 모아주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에 오랫동안 만연되어온 성추행이라는 잘못된 남성중심 성문화를 청산하고 민주적인 성 평등사회로 발전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서지현 검사와 최영미 시인의 사례를 보더라도 성추행은 오랫동안 피해자들에게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를 일으키는 중대한 문제다. 여성에게 있어 성폭력은 전쟁과 버금할 만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입힌다"며 "그런데도 오랫동안 묻힐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만큼 거대한 남성권력의 지배하에 여성들이 놓여 있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촛불혁명 이후 우리 사회 전반에 부당한 권력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따라서 이제야 수면 위로 문제가 터져 나온 것이다. 이제라도 그녀들이 오랫동안 억눌러왔던 분노를 터트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00년 전 한국 최초 여성 소설가로 등단한 김명순이 '데이트 강간'을 당하고 남성 문인들의 부당한 비난과 혐오로 문단에서 배척된 역사를 복기하며 "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성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데 절망한다"고 안타까워했다. 당시 문단을 주름잡은 김기진, 방정환, 염상섭, 김동인 등이 공개적인 글을 써 김명순을 사회적으로 매장시킨 이들로 꼽힌다.
김명순의 이런 불행한 일생은 송 교수 외에도 서정자 교수, 소설가 김별아, 송은일, 김혜진 등 여성학자와 작가들이 논문과 소설, 평전 등으로 다룬 바 있다.
송 교수는 "나는 요즘 미투운동이 과거 김명순이 진실을 밝히고자 했으나 수없이 좌절되고 마침내 조선을 떠나 일본의 한 정신병원에서 쓸쓸히 죽어갔던 불행한 결말로 귀결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한두 사람의 불행이 아니라 여성 전체의 불행, 아니 젠더 평등의 민주사회로의 발전을 퇴행시키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수치라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이어 "여성문학계, 여성계는 말할 필요도 없고 양식 있는 삶을 살아온 남성들도 이번 기회에 성 평등사회로 가기 위한 미투운동에 힘을 보태 성추행의 뿌리를 뽑아내야 한다. 그래야 내 아내, 내 딸, 내 손녀가 당당하게 사회적 인격적 주체로서 살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진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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