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 노래의 언어 = 한성우 지음.
대학에서 한국어문학을 가르치는 저자가 유행가를 매개체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들여다봤다.
저자가 통계적 분석 대상으로 삼은 건 노래방 책에 수록된 2만6천250곡이다. 1920년 유성기 음반으로 발매돼 최초의 가요로 꼽히는 '희망가'부터 K팝의 새 장을 연 방탄소년단의 최신곡을 들여다봤다.
노래에 단연코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는 '사랑'이다. 1950년대까지 전체 노래에서 '사랑'이 쓰인 비중은 2.19%지만, 2000년 이후로 11.03%까지 오른다. 여기에 '러브'와 영어단어 'love'를 포함하면 이 비중은 65.22%로 뛰어오른다.
'사랑'의 앞뒤에 오는 단어를 50위까지 분석해보면 '아프다', '못하다', '울다', '떠나다' 등이 상위권을 차지한다. 한국인에게 사랑은 못내 안타까운 감정으로 불려온 것이다.
저자는 "노랫말은 죽어 있는 단어와 문장의 조합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생명체와 같다"며 "노래로 불리기 위해 다듬어진 말이고, 부르고 듣는 사람의 삶을 담아낸 것이 노랫말"이라고 책에 의미를 부여했다.
어크로스. 364쪽. 1만6천원.
▲ 대중가요 유성기 음반 가이드북 = 이경호 지음.
박물관이나 동묘 황학시장에 가야 볼 수 있던 유성기 음반(SP·Standard Play)의 역사를 집대성한 책.
저자의 이력은 독특하다. 중소기업 대표이면서도 30여년 간 축음기와 고음반을 수집해 네이버 지식백과 '한국대중가요앨범' 필진으로 참여했다.
개인으로는 최대 규모인 2천여 장의 유성기 음반 아카이브에는 1920년대 윤심덕의 '사의 찬미'부터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메달리스트 손기정 선수의 육성이 담긴 우승 소감 낭독 음반 등 희귀한 자료가 담겨 있다.
책에는 1920년대 멋쟁이 '모던 뽀이'의 삶만 담긴 게 아니다. 노골적으로 일제를 찬양하며 청년들을 전장으로 내몰던 친일가요의 부끄러움, 부산 영도다리에 얼룩진 이산의 아픔, 먹고 살길을 찾아 서울로 몰려들던 전후의 막막함이 아로새겨져 있다.
저자는 "유성기 소리는 전기로 왜곡하지 않고 소릿골에서 나온 음을 나팔 확성기로 증폭시킨, 가수의 목소리 다음으로 자연스러운 음"이라며 "이 책을 통해 좀 더 많은 사람이 유성기 음반의 진정한 가치를 엿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안나푸르나. 608쪽. 4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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