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패션위크 오프닝 패션쇼 여는 한복 디자이너 김혜순 씨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한복이 얼굴이 동그랗고 아담한 동양인에게 어울린다는 것은 편견이에요. 한복은 한국인뿐만 아니라 세계인 누구나 입어도 아름다운 포용력 있는 옷입니다."
오는 19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막하는 서울패션위크는 사상 처음으로 한복 컬렉션으로 문을 연다. 오프닝 패션쇼를 맡은 김혜순 씨는 드라마 '황진이'(2007)로 유명해진 한복 디자이너.
이번 패션쇼에서는 외국인 모델들이 무대에 올라 전통 한복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예정이다. 한복은 "세계인 누구나 입어도 아름다운 포용력 있는 옷"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을 비롯해 세계 25개 도시에서 50차례 이상 패션쇼를 연 김 씨는 "해외 무대에서는 '당신들도 한복을 이렇게 아름답게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반드시 현지모델을 기용했다"며 이번에도 해외 패션업계 종사자들이 주요 관람객인 만큼 외국인 모델을 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무대에서 선보일 한복은 총 32벌. 풍성한 실루엣과 아름다운 색감의 전통 한복 위에 낯선 방식의 착장을 시도해 신선한 변신을 꾀할 예정이다.
기본적인 치마·저고리 위에 누빔 목도리를 두르고 털로 만든 배자나 당의를 입힌다든지, 소매 끝단에 털이나 레이스 소재를 가미하는 방식 등이다.
그는 "전통 한복의 틀을 그대로 가져가되 현대적인 것을 가미해 젊은 사람들도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통 한복을 하는 김 씨 역시 이렇게 때로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시도하기도 하지만, 최근 한복의 격에 맞지 않는 옷들이 한복이라는 이름으로 삼청동 등지에서 대여되는 것에는 우려를 표했다.
"많이 입히자는 것은 좋은데 마구 입히는 것은 안 되죠. 치마 끝단이 바닥에 닿아 더러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치마 속에 철망을 입혀 속옷과 다리가 훤히 드러나게 하고, 더러워지면 끝을 잘라버리고 다른 옷감으로 덧대고… 한복 체험은 좋은데 제대로 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패션쇼는 '조선의 아이돌'이라 불리는 민요 록밴드 '씽씽'의 리드 보컬인 이희문 명창과 버클리 음대 출신 재즈밴드 '프렐류드'의 공연이 함께 어우러진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이들은 부정거리, 난봉가, 청춘가, 창부타령 등을 들려주면서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색다른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행사장 입구에서는 각양각색의 한복을 입은 인형 100여점이 관람객을 맞는다. 김 씨의 외삼촌인 한복 디자이너 허영 씨의 작품들이다.
1985년 '김혜순 한복'을 연 이래 34년간 한복 외길을 걸어온 김씨는 2005년부터 원광디지털대에서 강의하는 등 후학 양성에도 관심을 기울여왔다.
요즘 가장 주력하는 것은 자라나는 꿈나무를 위한 교육기부다. 2년 전 고향인 순천의 청암고에 개관한 한복 디자인 스쿨 '예정관'으로 매주 토요일 내려가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무료로 강의하고 있다.
"제가 그동안 이룬 것만큼 후학들에게 남기고 가는 것이 제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한복이 무엇인지를 가르치고 싶습니다."
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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