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 최기룡 교수 "꽃가루 알레르기 주범…한국 환경 맞춰 수종 선택을"
(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자생지인 일본에서는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주범 취급을 받는 편백을 우리나라에서 식목일마다 수만 그루씩 심는 것은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울산대학교 최기룡 교수(식물생태학)는 18일 "편백은 삼나무와 함께 국제적으로 꽃가루 알레르기인 화분증(花粉症)을 유발하는 나무로 널리 알려졌다"라며 "일본에서는 봄철만 되면 편백과 삼나무 꽃가루의 배출량을 방송으로 알리며 주의를 환기하고, 조림사업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편백의 꽃가루는 천식, 눈 가려움, 콧물 등을 유발한다"라며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와 지자체는 이런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거나 꽃가루 알레르기의 폐해를 검증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편백을 심고 있다"고 부연했다.
산림청과 울산시 등 지자체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1979∼1987년의 제2차 치산녹화 기간에 조림 수종을 갱신하며 목적을 경제적 가치에 두고 편백을 21가지 대표 수종에 포함해 식목하기 시작했다.
이어 십여 년 전부터 편백 숲에서 많이 발생하는 피톤치드(나무가 스스로를 지키려고 뿜는 살균물질)가 항바이러스, 살충, 항곰팡이, 새집 증후군 예방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국 지자체들이 식목일마다 앞다퉈 수십만 그루의 편백을 심고 있다.
제주도는 수년 전부터 소나무 재선충 피해지의 대체 조림으로 경제적 활용 가치가 높다며 편백을 많이 심었다. 제주도는 화분증을 대표적으로 유발하는 삼나무 숲도 조성했다.
울산을 비롯해 경남, 전라남북도 등 주로 남부지방에서는 재선충에 약한 소나무 대신 편백으로 수종을 갱신하며 해마다 수만 그루를 심고 있다.
편백은 풍매화로 수술의 꽃가루가 대개 10㎞∼100㎞까지 퍼져 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교수는 "경제적 가치가 있고 피톤치드 많이 배출된다는 이유로 편백을 앞다퉈 심고 있는 것 같다"라며 "그러나 피톤치드는 모든 식물에 다 있으며 경제적 가치보다는 널리 알려진 편백의 화분증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이 매우 많을 것이며, 제주도는 이미 삼나무 꽃가루의 폐해에 노출됐다"라고 경고했다.
이어 "모든 식물은 그들만의 생태 특성이 있는데 편백은 우리나라가 자생지가 아니라 일본이 자생지"라며 "울산은 20년간 출입을 금지한 천연기념물 65호 '목도의 상록수림'에서 잘 자라고 있는 후박나무, 벚나무, 동백 등 평지에 자생하는 나무 위주로 숲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식물들의 자연적인 변화를 인간이 앞장서서 바꾸면 문제가 생긴다"라고 말했다.
lee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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