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대법원이 김명수 대법원장의 자문기구 성격의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를 가동하며 사법개혁에 대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사법개혁 방안을 대법원장에게 건의하는 역할을 맡는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는 16일 개회식 및 1차 회의를 갖고 주요 개혁방안에 대한 심의를 시작했다. 지난달 이홍훈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해서 출범한 사법발전위원회는 회의에서 ▲국민의 사법 참여 확대 및 강화 ▲전관예우 근절방안 ▲재판지원 중심의 법원행정처 구현 ▲법관인사 이원화 정착을 위한 제도 개선방안 등을 중점 심의했다. 이들 안건은 김 대법원장이 취임 직후부터 강조해 온 핵심 개혁 과제들이다. 위원회는 연말까지 가동해 종합적인 사법개혁 건의안을 마련할 계획이며, 국민의 제안도 받기로 했다. 김 대법원장은 "사회 곳곳에서 진정으로 국민이 주인이 되는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시점에서, 사법부 역시 국민을 위한 좋은 재판의 실현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아 개혁작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법개혁 과제 가운데 전관예우 문제는 우리 법조계가 시급히 청산해야 할 최대 적폐 중 하나이다. 법조비리 사건인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해외원정 도박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검사장 출신의 홍만표 변호사와 부장판사 출신인 최유정 변호사가 거액의 수임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는데 전관예우 범죄의 대표적인 예이다. 법원과 검찰은 이 사건 직후 전관예우와 법조비리 근절 대책을 내놨지만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차한성 전 대법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의 상고심 변호를 맡았다가 전관예우 논란이 일자 사임했다. 검찰총장 출신의 채동욱 변호사에게 형사사건 변호가 몰리는 현상도 전관예우를 기대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법관 출신 변호인들이 변호사 선임서에 이름만 올리고 5천만 원 안팎의 '도장 값'을 받는 관행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게 변호사 업계의 설명이다. 전관예우 관행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정신을 해치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속설에 힘을 실어줘 법치주의를 좀먹는 관행이다.
우리나라에만 있는 전관예우 관행에 법원도 책임이 큰 만큼 사법발전위원회는 이번에 획기적인 근절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전관예우의 예방과 국민의 사법 참여 확대 차원에서 일반 시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제도를 활성화하고, 배심원의 평의 결과에 기속력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판검사를 지낸 변호사들에게 퇴직 후 소속 기관의 사건 수임을 제한하는 기간을 현행 1년에서 3년 등으로 늘리거나 형사사건 수임료를 제한하는 방안도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평생 법관제를 도입하거나 판사가 은퇴 후 고향 등에서 하급심 판사로 활동하는 원로판사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조사 과정에서 판사들의 동향수집으로 비판을 받은 법원행정처를 재판 지원기구로 환골탈태하는 개혁과 법관인사 제도 개혁도 중요한 개혁 과제들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행정부처는 물론이고 사회 각 분야에서 개혁작업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법부의 개혁은 늦은 감이 없지 않은 만큼 사법발전위원회는 개혁방안 마련에 좀 더 속도를 내주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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