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모든 면에서 효율적…훨씬 좋은 방법"
핫라인 구축과 함께 소통방식 획기적 변화 주목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간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을 계기로 판문점에서의 남북 정상 간 만남을 정례화하는 데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북 특별사절단의 방북 때 남북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핫라인'을 구축한다는 데 합의한 것에 더해 양 정상이 남북 대화에 각별한 의지를 보이는 만큼 '셔틀외교'에 가까운 남북관계의 정립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16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해봐야겠지만 다양한 실무회담을 통해 준비를 착실히 하면 판문점 회담이라는 형식이 새로운 (남북 정상 간 소통) 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문 대통령이) 북쪽을 방문하거나 (김 위원장을) 남쪽으로 초청하는 것에 비해 경호나 모든 면에서 매우 효율적"이라면서 "자리 잡을 수만 있다면 (이것이) 훨씬 좋은 방법이라고 예상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남북은 친서 교환이나 특사 파견처럼 복잡하고 의례적인 형식과 절차로 만남을 이어왔다.
그러나 남북 어느 쪽에서든 접근성이 좋은 판문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임기 중 한 두 차례 더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남북 간 중립지대인 판문점은 양측이 정치적 부담을 덜고 편하게 만날 수 있는 만큼 대면할 기회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의 배경에는 남북 간에 구축하기로 한 '핫라인'이 있다.
필요한 경우 남북 정상이 언제든지 전화를 이용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은 정상회담의 핵심적인 사전 조치인 의제 조율 등의 과정이 속도감 있게 이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김 위원장도 대북 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이제는 실무적 대화가 막히고 (우리 실무진이) 안하무인 격으로 나오면 대통령하고 나하고 직통전화로 얘기하면 간단히 해결된다"고 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에 더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모두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내용'과 '성과'를 강조하는 실무 중시 성향을 보인다는 점도 정상회담 정례화를 가능하게 할만한 요인으로 꼽힌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발표한 뒤로 남북이 특사를 보내면서 정상회담 성사라는 성과를 내기까지는 채 석 달이 걸리지 않았다.
양 정상이 이렇듯 '열린 자세'로 소통한다면 북미 대화가 교착되거나 남북 간 중대한 현안이 발생했을 때도 두 정상이 직접 담판을 지어 돌파구를 찾는 시나리오가 얼마든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미 저서 '문재인의 운명'에서 2007년 남북정상회담 정례화를 추진한 사실을 소개했다.
책의 내용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측에 정상회담 정례화를 제안했으나 북측은 난색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북에서는 정상회담 정례화라고 하면 남북이 교대로 방문하는 것을 상정하는데 아직 김정일 위원장이 남쪽을 방문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라고 적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북측과 마련한 실무 합의안에 정부가 욕심을 냈던 내용이 거의 들어가 있었으나 '딱 하나 빠져 있었다'고 소개하면서 그것이 정상회담 정례화였다고 밝혀놨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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