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살해하고 시신 훼손 60대 여성 검거…피해자 시신은 일주일 방치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의지할 가족 한 명 없는 홀몸 노인들의 모임 내부에서 채무 관계로 싹튼 원한이 살인극에 이르렀다.
잔혹하게 훼손된 피해자 시신은 일주일이나 집 안에서 싸늘하게 방치됐고, 붙잡힌 피의자는 사무친 원한을 경찰에 털어놨다.
지난 16일 오후 3시께 광주 북구 두암동 한 임대아파트 9층 집 안에서 A(81·여) 씨가 숨져 있는 것을 구청 사회복지사가 발견했다.
A 씨는 흉기로 신체 곳곳을 훼손당해 참혹한 모습으로 숨져 있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아파트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사회복지사가 A 씨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이달 8일 이후 유일하게 이 집을 드나든 손모(67·여) 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이웃 사이인 A 씨와 손 씨는 모두 홀몸 노인이자 기초생활보장 수급 대상자로 평범한 일상을 함께 보내는 이 아파트 노인 모임의 구성원이다.
다만 주민들이 이야기하는 이들의 생활상에는 좁힐 수 없는 간극이 존재했다.
비교적 주머니 사정이 나았던 A 씨는 여윳돈을 굴리며 이웃들 사이에서 '마을금고' 역할을 했다. 이웃들의 심심풀이 화투판에서 '전주' 노릇을 할 때도 잦았다.
세상 물정 어두운 노인들이 A 씨를 찾을 때면 문턱 높은 은행과 달리 복잡한 서류를 준비할 필요가 없었고 급할 때마다 즉각 현금을 쥘 수 있었다.
그런 A 씨와 달리 손 씨는 식당이며 밭이며 돈이 궁할 때마다 가리지 않고 일을 하러 나섰다.
손 씨도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면 A 씨에게 손을 벌렸다. 금액에 대해서는 '50만 원이다', '400만 원이다' 등 이웃들 사이에 기억이 갈렸다.
A 씨를 살해한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손 씨는 사회복지사 신고로 경찰 수사가 시작된 지 18시간 만에 손목에 수갑을 차고 경찰서로 붙잡혀왔다.
범행을 부인하던 손 씨는 집요한 추궁이 이어지자 돈 때문에 A 씨로부터 마음 상했던 일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손 씨는 "나를 험담하고 무시했다. 나한테서만 비싼 이자를 받아갔다"라며 둔기를 챙겨서 A 씨 집으로 향했던 사건 당일 상황을 진술했다.
한 이웃은 "젊은 사람들에게 50만원 100만원 별돈 아닐지 몰라도 우리 같은 홀몸 노인에게는 수천만원 수억 같은 액수"라고 말했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단순한 원한 때문인지, 집 안에 있던 금품까지 노렸는지 손 씨의 구체적인 범행동기를 조사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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