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구조보다 선거제 개편에 관심…개헌안 부결시 선거제 개편도 무산 우려
공동교섭단체 구성한 뒤 민주-한국당 상대로 선거제 개편 압박할 듯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한지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범(凡)진보 진영으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이 최근 개헌 정국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정부 개헌안 발의 방침에 공개 반발하면서 자유한국당과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여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양당은 특히 개헌 시기를 6·13 지방선거 이후로 다소 늦추더라도 정치권의 합의를 끌어내는 게 우선이라며 입을 모으고 있어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려는 여권의 구상은 현실적으로 더 실현이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평화당 지도부는 최근 공개발언을 통해 문 대통령의 정부 개헌안 발의 계획에 부정적인 입장을 연이어 천명했다.
조배숙 대표는 지난 12일 정부·여당을 겨냥해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투표를 고집하는 것은 결국 책임을 야당에 전가하기 위한 수순"이라면서 "한국당이 저렇게 반대하면 국회에서 3분의 2 동의를 얻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병완 원내대표 역시 지난 15일 "(문 대통령이) 이뤄지지 못할 개헌안을 제시함으로써 오히려 정국 냉각을 가져올 수 있다"며 "한국당이 동의할 리 만무하다"고 말했다.
평화당이 그간 보수야당으로부터 '민주당 2중대'라는 비아냥을 감수하면서까지 문재인 정부의 개혁과제와 정책 추진에 힘을 실어온 점에 비춰보면 개헌 문제에 입장차를 보이는 것은 다소 의아하다는 시각도 있다.
정의당도 6월 개헌 시간표를 지키려다 개헌을 아예 무산시키는 것보다는 한국당을 설득해 합의 가능한 국회 개헌안을 도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 헌정특위 위원장인 심상정 전 대표는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의 개헌안 발의는 오히려 개헌을 좌초시키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수당인 평화당과 정의당의 이 같은 입장은 개헌 문제에 있어 양당의 최대 관심사는 권력구조 개편이 아니라 선거구제 개편에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원내 제4당인 평화당은 현행 선거제도가 득표율과 의석점유율 사이의 괴리가 심하고 거대야당에만 유리하게 돼 있는 만큼 이를 다당제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인 대안으로 국회의원과 광역의원 선거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기초의회 선거에서는 중대선거구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제5당인 정의당 역시 같은 입장이다.
정의당 의원들은 앞서 지난해 12월 각 정당이 선거에서 얻은 비율에 의원 정수를 곱하는 방식으로 정당별 의석수를 정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까지 발의해 놓은 상태다.
양당은 선거구제가 개편돼야 소수당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는 진정한 의미의 다당제가 정착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실제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달 8일 공개한 시뮬레이션 보고서에서 "20대 총선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중선거구제가 도입됐다면 국민의당은 81석, 정의당은 22석을 얻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양당은 여야 간에 권력구조 개편 방향에 공감대가 형성되지도 않았는데도 문 대통령이 정부 개헌안 발의를 강행할 경우 국회 통과가 어려워 국민투표에 부의조차 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이와 맞물린 선거제 개편 논의마저 한꺼번에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평화당 핵심 관계자는 1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청와대가 내놓은 개헌안은 한국당이 양보하고 받아들일 만한 내용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통령이 선거제 개편 필요성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통과될 수 없는 개헌안을 내놓은 것을 보면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에 평화당은 정의당과 공동교섭단체를 꾸리는 대로 민주당과 한국당을 상대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평화당과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할 경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 개편은 양당이 같이 할 제1의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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