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전성기 함께한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 재개장

입력 2018-03-17 14:08  

이승엽 전성기 함께한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 재개장
현존 국내 최고(最古) 야구장…공원형 스포츠시설로 탈바꿈





(대구=연합뉴스) 손대성 김준범 기자 =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이 17일 고쳐 짓는 공사를 마치고 다시 문을 열었다.
개장식에 앞서 열린 '레전드 팬 사인회'에는 삼성라이온즈 선수 출신인 김시진, 이만수, 강기웅, 양준혁, 이승엽 씨가 나왔다.
사인회 참가 인원을 당초 100명으로 제한한 탓에 오전 6시부터 나와 기다린 팬도 있었다.
주최 측은 장시간 기다린 팬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사인회 참가 인원을 200명으로 늘렸다.
줄지어 기다리던 팬들은 평소 좋아하던 전설적인 선수에게 사인을 받으면서 밝은 표정으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에도 상당수 팬은 사인을 받지 못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약 1천명이 참가한 개장식은 핸드프린팅 제막식, 시설 돌아보기, 축하공연, 개장 기념 시타 퍼포먼스, 사회인 야구대회 개막전으로 이어졌다.
시타 퍼포먼스에는 삼성라이온즈 출신 선수와 야구동호인, 아마추어 야구선수 등이 함께 참여했다.
자신의 추억을 공유하기 위해 아들과 야구장을 찾은 김종민(44) 씨는 "야구를 취미로 즐기는 사람으로서 프로 선수들이 뛰었던 곳에서 땀을 흘릴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하다"면서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는 곳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백두엽(34) 씨는 "오랜만에 추억의 스타 선수를 만나니 옛 생각도 나고 즐겁다"며 "추억이 깃든 공간이 사라졌지만 새로운 경기장에서 많은 사람이 야구를 즐길 수 있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승엽 씨는 "시민야구장에서 홈런을 가장 많이 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회인 야구 경기를 하는 분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야구를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야구장은 1948년 북구 고성동에 문을 열어 현존하는 국내 야구장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지녔다.
1970∼1980년대 대구 고교야구 전성기 토대를 마련하고 1982년부터 프로팀인 삼성라이온즈 홈구장으로 시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그러나 시설이 낡고 규모가 작아 새 야구장을 지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에 대구시는 2016년 수성구 연호동에 1천666억원을 들여 새 야구장인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를 지어 개장했다.
삼성라이온즈가 삼성라이온즈파크로 홈구장을 옮기면서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 사용 빈도가 줄자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서울 동대문야구장(1925년 개장)은 2008년 3월, 부산 구덕운동장(1971년 개장)은 지난달 철거됐다.
그러나 시는 최고(最古) 야구장으로 역사성과 상징성을 고려해 아마추어와 사회인 야구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33억5천만원을 들여 공원형 스포츠시설로 리모델링했다.
기존 관람석을 없애고 더그아웃과 불펜을 새로 만들어 편의성과 안전성을 개선하고 야구장 전체를 조망하는 잔디 산책로를 조성했다.
비교적 최근 설치한 전광판, 조명시설, 보호 펜스 등은 그대로 사용해 역사성을 유지하면서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했다.
삼성라이온즈 레전드 핸드프린팅 조형물, 이승엽 56호 조형물·기념품 전시공간 등 시민이 대구야구 추억을 공유할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에 주안점을 두고 내·외부를 구성했다.
건물 외벽은 지난해 삼성라이온즈파크 현장 투표와 SNS 투표로 선정한 레전드 10명 핸드프린팅 부조와 사진, 사인을 담은 조형물로 꾸몄다.
시민이 뽑은 레전드는 장효조, 이만수, 김시진, 류중일, 강기웅, 양준혁, 이승엽, 박한이, 오승환, 박석민 선수다.
이승엽이 기증한 소장품(7종 37개)을 중심으로 레전드 활약상을 보여주는 1층 전시관, 이승엽 56호 홈런 기념 조형물을 설치한 외야 산책로도 시민 사랑을 받을 것으로 시는 기대한다.

sds123@yna.co.kr, psyki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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