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직장당 평균 재직기간 5.82년…OECD서 가장 짧아
OECD "한국, 포용적 성장 위한 고용시장·사회보장제도 개혁 속도내야"
(세종=연합뉴스) 이 율 기자 = 우리나라의 전체 노동자 중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23.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미국과 아일랜드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 노동자의 직장당 평균 재직기간은 6년 미만으로 OECD에서 가장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OECD는 한국이 포용적 성장 강화를 위해 고용시장과 사회보장제도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권고했다.
18일 OECD가 최근 발간한 '사람과 일자리의 연계: 한국의 더 나은 사회 및 고용보장을 향하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전체 노동자 중 중위임금의 3분의 2 미만을 버는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23.7%로 OECD에서 3위 수준으로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의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전체 비교 대상 26개 회원국 중 미국(25.02%), 아일랜드(24.00%)에 이어 가장 높았다.
OECD 회원국 평균은 16.63%였고, 벨기에(3.40%), 이탈리아(7.63%), 핀란드(7.77%), 덴마크(8.24%) 등은 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두 자릿수에도 못 미쳤다.
우리나라 노동자의 소득 불평등도도 OECD 3위 수준으로 컸다.
소득 최상위 10%의 소득을 최하위 10%의 소득으로 나눈 소득 10분위 배율은 4.79배로 미국(5.04배), 이스라엘(4.91배)에 이어 3위 수준이었다.
10분위 배율은 소득 최상위 10%의 소득을 최하위 10%의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값이 클수록 불평등하다는 의미다. OECD 평균은 3.41배였다.
한국 16∼54세 노동자의 직장당 평균 재직기간은 5.82년으로 OECD에서 가장 짧았다.
이는 OECD 평균 9.27년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OECD는 보고서에서 지적했다. 평균 재직기간이 1년 이하인 노동자도 30.9%에 달해 OECD 평균 17.6%보다 훨씬 많았다.
특히 5인 이하 소기업의 경우 노동자의 평균재직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가 50.7%에 달하지만, 300인 이상 대기업은 12%에 불과해, 기업의 규모가 작을수록 고용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OECD는 지적했다.
OECD는 보고서에서 한국경제는 지난 40여 년간 빠르게 성장해 대다수 OECD 회원국의 생활 수준을 따라잡은 만큼, 이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 포용적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노동시장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권고했다.
OECD는 먼저 한국이 분절된 노동시장 구조로 인해 사회보장을 가장 필요로 하는 노동자와 구직자를 지원하는 대책의 수립과 집행이 쉽지 않은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간부문 노동자의 약 절반 정도만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고, 570만명의 자영업자와 120만명의 가족봉사자, 영세사업장에 근무하거나 비공식적으로 고용돼 고용보험가입자격을 갖췄지만, 보험에 실제 가입이 안된 400만명의 노동자에게 고용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점은 문제라고 OECD는 지적했다.
한국은 또 대다수의 OECD 회원국과 달리 건강상 문제가 있는 노동자에게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가 없는 점도 문제라고 OECD는 꼬집었다.
이에 따라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가입을 의무화해 자영업자에게도 고용보험을 적용하는 등 수급근로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사업주가 모든 노동자에 대한 고용보험에 가입하도록 근로감독관의 감독권한을 도입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노동자들에게 연간 2∼5주의 법정 병가제도를 도입하고, 예상치 못한 질병에 걸린 노동자에게 현금급여를 지급하기 위한 새로운 사회보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OECD는 한국 정부가 근로장려세제(EITC) 수급 자격 대상자의 기준을 상향해 수급자격이 있는 모든 노동자가 혜택을 받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자녀 또는 부모가 실제로 도움을 주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부양의무자의 잠재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저소득층을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배제하는 '가족부양의무'를 단계적으로 폐지해 수급자가 2배로 늘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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