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부터 로비스트까지 총동원…불분명한 면제 기준에 혼란 가중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 '관세 폭탄'의 일부 면제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의 치열한 로비전이 펼쳐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비전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상대국인 캐나다, 멕시코와 동맹국인 호주에 대한 면제 방침을 발표하면서 미국의 다른 동맹국을 중심으로 면제 대상을 추가할 수 있음을 시사한 이후 더욱 치열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외국 정상들과 기업인들은 백악관 관계자에게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할 기회를 얻기 위해 개인 인맥을 동원하는 한편 변호사와 로비스트도 기용해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옹호하는 여론몰이에 나섰다.
지난 15일 BP, 엑손모빌, 필립스66, 셸 등 미국석유협회(API) 소속 12개 석유업체 최고경영자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직접 찾아가 로비를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에게 '자유무역이 업계에 필요한 정책이며 관세 부과 시 석유 송출을 위한 관로 건설비용이 증가한다'고 읍소했다.
지난 12일에는 미국대두협회(American Soybean Association·ASA) 회원사들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을 신청했다. 이들은 면담에 실패하자 농민을 대동한 채 선거구의 주력 산업이 농업인 의원들을 찾아가 '보복 관세로 미국 농업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설득했다.
일부 국가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접촉을 통해 문제 해결을 시도하려는 모습이다. 호주가 트럼프 대통령의 친구이자 골프선수인 그렉 노먼을 교섭 상대 중 한 명으로 내세운 전략 끝에 면제 대상에 포함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미 최대 알루미늄 수출국인 아랍에미리트(UAE)에서는 무함마드 빈 자이드 왕세제가 미국을 찾는다.
대니 세브라이트 미-UAE 상공회의소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왕세제의 회동에서 알루미늄이 대화 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로비전이 치열해지면서 법무법인과 로비업체들만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대형 법무법인인 '웨일, 고샬 앤 맹거스'의 전직 파트너인 칩 로는 면제를 희망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 모두 로비스트와 자문위원을 찾고 있다며 업계가 호황을 맞았다고 밝혔다.
관련 업체들은 다양한 전술로 고객을 유인 중이다.
일부는 의회를 통해 면제를 추진 중이다. 리사 모로스키(공화·알래스카) 의원이 관세 부과 시 지역구에 조성하는 430억 달러 규모의 천연가스 수출 터미널 건설비용이 5억 달러나 추가된다며 면제를 요구했고, 일부 의원들도 호응하고 있다.
국제통상법과 로비에 전문화된 법무법인인 '호건 로벨스 앤 코빙턴&벌링'은 '조부조항'을 틈새 전략으로 내세웠다. 신규 법규를 만들거나 기존 법규를 개정할 때 이미 이전에 존재한 법률관계를 인정해주도록 한 법규를 활용해 면제를 주장한다는 전략이다.
이미 이전에 철강·알루미늄 수입 계약을 체결했다면 면제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미국의 국가안보에 도움이 되고 무역 적자를 개선한다'는 모호한 표현 외에는 관세 면제 기준이 불분명한 상황이어서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의 혼란만 커진 상황이다.
현재 미 행정부 내에선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국가 면제 대상을,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품목 면제 대상을 맡고 있으며 상무부가 제외를 위한 절차를 마련 중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18일 공표된다고 한 정부 대변인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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