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위 연례보고서…위장회사·해외 전문인력 운용
지난해 2억 달러 이상 수입…탄도미사일·화학무기 품목 거래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이준서 특파원 =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외화벌이를 위해 위장회사와 해외 전문인력을 운영해온 정황이 유엔을 통해 확인됐다. 다이아몬드 등 북한 핵심 권력층을 위한 사치품 수입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 이행을 감시하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17일(현지시간) 300쪽에 달하는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이 각종 불법행위를 통해 지난해 최소 2억 달러(2천100억 원)를 벌어들였다고 밝혔다.
◇ '위장회사'로 눈속임…불법거래 위해 해외에 30명 이상 전문인력 운용
북한의 불법거래 흔적은 시리아와 이집트, 앙골라, 모잠비크, 나미비아, 미얀마 등 곳곳에서 포착됐다. 해상을 통한 석탄 등의 밀수출은 물론 탄도미사일과 화학무기 관련 품목 거래와 기술진 파견도 이뤄졌다.
북한 외교관들도 불법 외화벌이에 지속적으로 동원되고 있으며, 외교 행낭을 통한 거래 의혹도 제기됐다.
북한은 특히 금수품 거래나 이에 동반되는 금융거래를 위해 제3국인을 내세워 역외지역이나 아시아 금융중심지에 위장회사를 설립, 제재망을 회피해왔다고 제재위는 지적했다. 아시아 금융중심지는 홍콩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특히 중동과 아시아에 금수품 및 금융거래, 수금 등을 위해 30명 이상의 인력을 운영하고 있다고 제재위는 밝혔다.
북한은 또 대북제재 품목인 정유제품 수입을 위해 '퍼스트 오일 센터'(First Oil Center)와 '코리아 금강 석유'(Korea Kumgang Petroleum) 등 2개의 중개회사를 운용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 다이아몬드, 와인 등 사치품도 수입
북한은 이른바 제재품목인 '사치품'도 수입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인도로부터 지난해 1~6월 57만8천 달러 규모의 귀금속과 보석용 원석을 수입했고, 이 가운데 다이아몬드가 51만4천 달러(5억4천여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은 독일(2016년 6월~2017년 6월)로부터 15만1천 달러의 와인과 주류를, 이탈리아(2016년 7월~2017년 2월)로부터 4만6천 달러의 와인을, 칠레(2016년 6월~2017년 8월)로부터 29만 달러의 와인을, 불가리아로부터 지난해 4월 1만1천 달러의 와인을 각각 수입했다.
또 불가리아(2016년 9월~2017년 6월)로부터 19만8천 달러의 향수와 화장품을, 비슷한 시기에 독일로부터도 6만2천 달러의 향수와 화장품을 각각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 무기거래에 새우잡이 외화벌이도…시리아에 탄도미사일 기술진 파견
지난해 1월 시리아 다마스쿠스로 향하다 유엔 회원국에 의해 차단된 두 척의 선박에서는 대량의 내산성(acid-resistant·耐酸性) 타일과 이를 붙이는 접착제가 나왔다. 내산성 타일은 화학공장의 내부 벽면에 사용되는 것으로 시리아의 화학무기 프로그램과 관련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북 제재위는 이 같은 거래를 포함해 2012∼2017년 북한에서 시리아로 선박을 통해 39건의 금수품목 이전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30㎜ 유탄발사기, 7.62㎜ 기관총, 광대역 통신장비, 장거리 탐지가 가능한 레이더, 화학무기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밸브와 온도측정기 등도 북한이 이전·거래했거나 그런 의혹을 받는 품목이다.
2010년에는 북한이 시리아에 16박스의 무기제조 장비를 보냈다고 제재위는 밝혔다.
북한은 2016년부터 2017년 3월까지 최소 4차례 시리아에 탄도미사일 등 무기 관련 기술진을 시리아에 파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유엔 회원국은 북한 기술진이 시리아 바르제와 아드라, 하마에 있는 화학무기 및 미사일 시설에서 일했다고 전했다.
한 유엔 회원국은 또 미얀마가 북한으로부터 탄도미사일 시스템과 다연장 로켓 발사기를 포함해 지대공 미사일 등 재래식 무기를 이전받은 증거를 제시했다고 대북 제재위는 전했다.
제재위는 북한 해금강무역이 모잠비크 몬테빙가라는 회사와 지대공 미사일과 P-12 방공 레이더 등을 포함한 600만 달러 규모의 거래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모잠비크가 2015년 10월 북한에 레이더 기술진의 방문을 요청한 서한도 확보했다.
북한과 모잠비크는 'EMKIP'라는 조인트회사를 설립, 수산1, 수산2 등 북한 어선 3척과 40명의 북한 근로자들을 동원해 새우잡이 어로 활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잡은 새우를 남아공의 회사로 넘겼으며 가공된 새우는 중국 상하이로 팔렸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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