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금주 베트남·UAE 行…한반도 경제지도 넓히기

입력 2018-03-18 14:48   수정 2018-03-1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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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금주 베트남·UAE 行…한반도 경제지도 넓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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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교두보 삼아 신남방정책 추진…양국 유대감 강화에도 집중
중동 허브 국가 UAE 공략…군사 MOU 논란 종지부 찍을지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주 베트남·UAE(아랍에미리트) 순방길에 오른다. 한반도의 명운을 가를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떠나는 올해 첫 해외 순방이다.
문 대통령이 올해 첫 순방지로 베트남과 UAE를 고른 것은 우리 경제영토를 동남아시아와 중동으로 확대해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그려나가기 위한 맥점을 확보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두 나라 모두 동남아시아와 중동의 허브국가로, 한반도의 명운이 걸린 역사적 회담을 앞둔 시점에 양국을 방문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외교'를 펼쳐나가는 동시에 우리 외교의 다변화와 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세일즈 외교'에도 소홀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출로 해석된다.
먼저 문 대통령은 22∼24일 베트남을 국빈방문한다. 이는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차 방문한 지 넉 달 만에 베트남을 다시 찾아 '신남방정책'의 본격적인 출범을 알리는 신호탄을 쏘아 올리기 위함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ASEAN(동남아국가연합)·APEC에서 신남방정책의 비전을 제시했다면, 이제부터는 신남방정책의 구현을 위해 개별국가들을 하나하나 방문할 것"이라며 "베트남은 그 출발점에 있는 국가"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베트남을 신남방정책의 출발점으로 삼은 까닭은 고속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데다 수교 25년 만에 아세안 국가 중 한국과 교역 1위, 투자 1위, 개발협력 1위 국가로 자리매김해 신남방정책의 교두보로 삼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베트남 관계를 신남방정책의 표본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일례로 삼성전자의 베트남 현지 법인인 '삼성전자 베트남'은 지난해 매출액 기준 베트남 최대 기업으로 등극했다.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이 베트남 GDP(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20%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실적이 베트남 GDP를 좌우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고위관계자는 "베트남은 이미 아세안 국가 중 우리와 가장 교역이 많은 핵심국가가 돼 있다"며 "베트남을 교두보로 삼아 신남방정책을 본격적으로 출범시키는 것이 방문의 가장 큰 의의"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베트남 방문 기간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을 비롯해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과 응우옌 쑤언 푹 총리, 응우옌 티 킴 응언 베트남 국회의장 등 주요 지도자를 잇달아 만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양국 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지속적 발전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한-베트남 '관계 격상'의 의지를 피력할 전망이다. 아울러 신남방정책 구상에 대한 지원과 협력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양국 국민의 정서적 유대감을 강화하는 데도 세심하게 신경을 기울일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베트남 방문 첫 일정으로 베트남 축구대표팀 훈련장을 방문해 '베트남의 히딩크'로 불리는 박항서 감독을 만날 예정이다.
박 감독은 지난 1월 23세 이하(U-23)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십에 출전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박 감독이 이끄는 축구팀의 선전에 베트남 국민은 크게 환호했고, 박 감독과 선수들은 베트남의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고위관계자는 "대통령 순방의 가장 큰 부분 중 하나가 국민 간 정서적 교감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와 베트남의 접점이라고 할 수 있는 박 감독이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만큼 그를 만나는 것 자체가 베트남 국민의 마음을 사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24일부터 27일까지 예정된 UAE 공식방문은 문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중동 방문이다.
UAE 역시 이미 우리 기업이 대거 진출해 있는 중동의 허브 국가이자, 우리나라가 중동지역에서 유일하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다.
문 대통령은 베트남을 발판으로 신남방정책을 펼치는 것과 마찬가지로 UAE를 중동 진출의 전초기지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다만, 거점을 통한 지역 진출이 목표라는 점에서 베트남 방문과 UAE 방문은 유사한 측면이 있으나, 동남아시아와 중동이라는 지역적 특성상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작지 않은 차이점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베트남 방문은 신남방정책이라는 거대 국가비전의 출발점이라는 의미가 있으나, UAE가 속한 중동은 국가 차원의 지역 전략이 부재한 상황이다.
고위관계자는 "신중동정책을 표방하기에는 중동 정세가 너무 복잡하다. 미국의 이란 제재도 있고, 시리아 사태, 예멘 사태 등 복잡한 정치지형을 보인다"며 "신중동정책 같은 큰 정책을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서 핵심국가인 UAE만 집어서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UAE와의 협력 강화와 중동 진출을 위해 정부가 주목하는 사업이 우리 기업이 UAE 현지에 짓고 있는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이다. 정부는 바라카 원전 건설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위관계자는 "원전수주는 경제성뿐만 아니라 국제정치공학적으로 결정되는 부분이 크다"며 "우리가 UAE에 집중해 바라카 원전의 성공신화를 만들어두면 한국에도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UAE 방문에서는 경제 분야 협력 외에도 이명박 정부 시절 체결한 것으로 알려진 비공개 군사 양해각서(MOU) 문제에 종지부가 찍힐지 주목된다.
지난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UAE와 우리나라 사이에 비공개 군사 MOU가 존재한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으며, 현재까지도 해당 MOU의 존재 여부나 구체적인 내용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UAE와의 MOU에 대해 "공개되지 않은 협정이나 MOU 속에 흠결이 있다면 그런 부분은 앞으로 시간을 두고 UAE와 수정·보완하는 문제를 협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부분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UAE 방문을 수행한다는 점이다. 대통령 부재 시 '안방 지킴이' 역할을 하는 비서실장이 해외 순방에 동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특사 왕래를 통해 모하메드 알 나흐얀 UAE 아부다비 왕세제의 최측근인 칼둔 칼리파 무바라크 UAE 아부다비 행정청장과 친분을 쌓은 임 실장이 군사 MOU 문제를 매듭짓기 위해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kind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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