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하나 된 열정' 문구와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진 평창 불꽃

입력 2018-03-18 22:02   수정 2018-03-18 22:07

[패럴림픽] '하나 된 열정' 문구와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진 평창 불꽃
평창패럴림픽, 열흘간 겨울 축제 마치고 대단원의 막 내려



(평창=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의수 화가인 석창우 화백은 영상에서 대형 붓으로 인간의 역동적인 동작을 그려내고는 '하나 된 열정'이라는 문구를 써내려갔다.
이 그림과 글씨는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폐회식이 열린 18일 밤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의 성화대 아래 디스플레이 화면 속 천으로 옮겨왔다.
이 천은 물이 흐르듯이 무대로 내려와 평창패럴림픽 성화대를 상징하는 작은 항아리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어 소리꾼 김수연의 구음과 외손 대금 연주자인 박니나의 연주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무용수 양길순이 도살풀이춤을 췄다.
무대 위의 화면에는 성화대의 불꽃이 전이돼 영상 속에서 불타올랐다.
석창우는 전기 기술자로 일하던 1984년 2만2천900V에 감전되는 사고를 당해 두 팔을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다.
1988년 어느 날 어린 아들은 석창우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졸랐다.
'아빠는 두 팔이 없어서 못 그려'라고 말할 수 없던 석창우는 의수에 검은 사인펜을 끼우고 참새를 그려줬다. 이를 계기로 그는 화가의 길을 걷게 됐다.
박니나는 워킹 홀리데이를 준비하며 외국 친구에게 전통 악기를 소개하고 싶어 대금을 배웠다. 교통사고로 몸 한쪽에 마비가 온 박니나는 한 손으로 대금을 연주한다.
장애인인 박니나의 연주 속에서 역시 장애인인 석창우의 작품을 양손에 들고 도살풀이춤을 추던 비장애인 양길순은 성화대 방향으로 이동해 하늘에 뿌리듯 '하나 된 열정' 천을 던졌다.
이에 지난 9일 이래 열흘간 평창 하늘을 밝히던 성화대의 불길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다가 못내 아쉬운 듯 잠시 되살아났다.
하지만 이내 불꽃은 잦아들며 완전히 꺼졌다.
이렇게 평창패럴림픽 성화는 전 세계의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가슴 속에만 영원히 남아 있게 됐다.


ksw0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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