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존중받을만한 나라…정치체계 간섭 말아야" 이례적 옹호
中당국, 북중관계개선 여부 '침묵'…中 역할론 강조 속 '정중동'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김진방 특파원 = 4월 남북정상회담과 5월 북미정상회담 개최로 한반도 비핵화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도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기색이 역력하다.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이행 압박에 작년부터 가세하면서 북중관계가 경색됐으나, 최근 남북한과 미국의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는 가운데 중국도 경색 국면 해소에 나선 분위기가 감지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집권 이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관계가 원활치 않았으며, 작년말에는 시 주석이 보낸 대북특사가 김 위원장을 면담하지 못하는 일도 벌어지면서 북중관계의 이상기류가 확연했다.
이 때문에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이전 3자회담 또는 6자회담 개최 때 '중재자'로서 주도권을 쥐었던 중국은 최근 몇 년 새 북중관계 경색탓에 구경꾼 처지로 전락했으나, 이제 다시 중국이 '역할'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중국으로선 차갑게 식어버린 북중관계를 어떻게 복원할 지를 고민하고 있어 보인다. 그러나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핵심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 간에 역사적인 5월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중국으로선 섣부른 선택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차후 행보가 주목된다.
다시 말해 중국이 이전처럼 북한의 '생명줄'로서 경제·외교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한 북중관계를 복원한다면, 최대의 압박과 제재 해법을 구사하는 트럼프 미 행정부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는데다 당장 북미정상회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중국의 선택지는 그다지 넓지 않아 보인다.
베이징 현지에선 중국이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프로세스'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차후 6자회담 재개 성사를 통한 역할 확대를 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9일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와 글로벌타임스가 공동 사설에서 북·중 우호 관계를 한미일이 방해해서 안 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들 신문은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로서, 중국의 민감한 외교안보 사안에 대해 당국 입장을 알려왔다는 점에서 여기에는 중국 당국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단 북중관계 회복 의지를 대내외에 알리고 차후 행보를 하겠다는 의도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두 신문은 북핵 위기로 북한이 전 세계 여론의 관심을 받는 가운데 서방 여론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고 경계심을 드러내면서, "핵 문제를 놓고 북중간 심한 갈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것이 양국 관계의 전부가 되어선 안되며 장기적인 전략 관계를 끊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국가"라면서 "동북아에서 찾기 힘든 고도의 자주독립국이며 경제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공업 체계가 완비돼 있다. 북한 경제 사회 발전은 외부 세계가 보는 것처럼 암울하지 않다"고 치켜세웠다.
아울러 "북한은 자신의 정치 체계를 선택할 권리가 있고 외부 세계가 간섭해서는 안 되며 북한의 정치 체계만 공격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도 했다.
또 "한국은 북한과 특수 관계이면서도 북한 정치 체계와 지도자를 음해해왔는 데 이는 있어서는 안 되며 중국 여론은 여기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폈다.
두 신문은 "북중은 6.25 전쟁 이후 혈맹 우호 관계를 만들었지만 중국은 북한에서 철수했고 북한 내 대부분의 영향력도 없앴다"면서 "중국은 북한을 관리할 능력이 없으며 이웃 국가를 관리하는 것은 중국의 장기 외교정책에도 맞지 않고 북중은 상호 평등한 이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핵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북중간 유일한 큰 갈등"이라면서 "한미일은 북중이 핵 갈등으로 전면 대립하길 원해서 이간질하려 한다. 북중 우호 관계는 양국 국가 이익에 완전히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는 "북한이 혼자서 한미일에 대응하기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중국의 지지는 한미일과의 협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한미일 여론은 끊임없이 북중 관계를 부채질을 할 것이므로 우리는 북중 관계가 양국과 양국민에 이득이 되는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도 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한반도 정세 급변 속에 강력한 대북 제재로 소원해진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중국으로서도 중요한 상황"이라면서 "그러나 현 상황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이라 이에 대한 결과를 보면서 중국 또한 북한과 관계 개선에 접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아직 북중 관계 개선 여부 등에 대한 언급을 아직 내놓지 않고 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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