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측 "업무부담 느꼈는데도 제대로 수사 안돼"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병원 내 가혹행위에 못 이겨 투신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고(故) 박선욱씨에 대한 이른바 '태움' 가해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경찰이 밝혔다.
'태움'은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를 괴롭히며 가르치는 방식을 일컫는 용어로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말에서 나온 이름이다. 일선 간호사들은 '태움'이 교육을 빙자한 가혹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설 연휴였던 지난달 15일 투신해 숨진 박씨와 관련해 참고인 조사 등을 벌인 결과 폭행·모욕·가혹행위 등과 관련한 자료를 발견하지 못해 범죄혐의 없이 내사종결 처리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은 유족과 남자친구, 동료 간호사 등 17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고 박씨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에 대해 디지털포렌식 작업을 벌였다. 병원 폐쇄회로(CC)TV 영상도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박씨와 함께 병원에 입사해 같은 곳에서 일하다가 3개월 만에 퇴사한 다른 간호사도 "폭행이나 가혹행위는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휴대전화 분석 결과 박씨는 사망 전에 의료사고 소송과 관련한 검색을 36차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호사연대에 따르면 유족들은 "박씨가 업무 도중 실수한 이후 의료사고 소송에 대해 수십 차례 검색하는 등 과도한 업무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이는데도 이에 대해서는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박씨는 지난달 15일 오전 10시 40분께 송파구의 한 아파트 고층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간호사연대는 이달 24일 오후 6시 서울아산병원 인근 송파구 성내천 입구에서 박씨에 대한 추모집회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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