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풀려는 의정활동 방해" vs "만남 회피, 자료요구 횡포"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부산 해운대형 문화일자리사업에 참여한 개그맨과 구의원 간의 갈등이 고소전으로 번졌다.
해운대형 문화 일자리사업은 단순 노동 중심의 공공일자리사업의 한계를 넘어 문화예술 분야(개그, 실용음악, 마술 등)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해운대구가 처음 시도해 주목을 받았다.
KBS 개그맨 출신으로 개그콘서트 등에 출연한 김영민 씨는 2016년과 2017년 해운대 문화 일자리사업 민간 전문가로 영입돼 해운대 개그학과를 이끌었다.
해운대 일자리사업단장으로 단원들을 관리·지도한 김 씨는 해운대 해변 라디오 사회를 보는 등 해운대구에서 하는 각종 행사 진행자로도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구의원과 갈등을 빚고 있다.
유점자 해운대구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공무집행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김 씨를 고소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6월 해운대구의회 추경 심사와 12월 행정사무감사에서 본격화됐다.
구의회는 2년에 걸쳐 운영비와 인건비 명목으로 3억8천300만원을 지급한 해운대일자리사업단에 여러 의혹에 있다며 임금지금 내역 등 관련 자료를 일자리창출과에 요청했다.
제출받은 자료를 검토한 유 의원은 일자리사업에 참여한 단원 수가 22명에서 38명으로 늘어났고 인건비 지급내역과 총액이 일치하지 않아 의혹이 있다며 지난 2월 1일 서창우·심윤정 의원(바른미래당)과 함께 추가 자료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서 의원은 해운대구 감사실에 문화일자리사업을 조사해달라고 감사를 청구했다.
지난달 26일 김 씨가 해운대구의회에서 제기한 질의에 답변하겠다며 유 의원 사무실을 찾아가면서 갈등이 표면화됐다.
유 의원이 민원인과 면담을 이유로 다음에 만나자고 했으나, 김 씨는 고성을 지르며 흥분한 모습을 보여 의회사무국 직원들이 달려오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김 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 의원을 비롯해 구의원 3명의 실명을 거론하며 구의원의 과도한 자료제출 요구로 단장을 그만두기로 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7일에는 구청에서 유 의원에게 자료제출을 거부한다며 1인 시위까지 하자 유 의원이 나서 김 씨를 고소한 것이다.
유 의원은 "예산과 관련된 의혹이 있어 자료를 요청한 것은 주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정당한 업무 행위에 해당한다"며 "해운대구가 김 씨에게 각종 이벤트 등 일감을 몰아준다는 의혹을 확인하는 의원들을 SNS에서 비난하고 마치 피해자인 것처럼 사실을 호도해 지방의원과 개인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고소 이유를 설명했다.
김 씨는 "취업 사각지대에 놓인 문화예술 분야 청년들을 위한 해운대형 문화일자리사업은 정부로부터 우수사례로 선정돼 여러 차례 상을 받았다"며 "의혹과 관련해 수차례 면담을 하려고 했는데 만나주지도 하고 방대한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의원 권한을 벗어난 횡포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해운대구의회(정성철 의장)는 애초 부실한 자료제출에서 문제가 비롯됐다며 고소와 관련해 진상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풀베기와 화장실 청소 등 평범한 공공근로사업에서 벗어나 문화 일자리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의욕을 갖고 시작한 이 사업이 논란이 돼 너무 안타깝다"며 "의회의 요구로 보관용까지 합쳐 4천 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를 복사하고 도장 찍느라고 본연의 업무를 하는 데 애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c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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