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율위, 양샤오두 투표 도중 당선 발표…'반부패 사정 담당' 등에 반대표 많아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혹평을 받는 중국의 국회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투표가 끝나기도 전에 당선자가 발표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9일 보도했다.
전날 전인대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6차 전체 회의를 열어 표결을 통해 양샤오두(楊曉渡)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부서기 겸 감찰부장을 국가감찰위원회 주임으로 선임했다.
국가감찰위는 국무원의 감찰부, 국가예방부패국 그리고 인민검찰원의 반부패 조직 등을 통합해 출범하는 거대 사정 조직으로, 공산당원은 물론 비당원 출신의 공직자를 모두 감찰할 수 있다.
그런데 전인대 대표들이 양샤우두 선임에 대해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기율검사위가 온라인으로 '양샤오두가 국가감찰위 주임으로 선출됐다'고 발표했다.
나중에 정정하기는 했지만, 이는 국가 지도부 투표에서만큼은 전인대가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켜준 해프닝으로 여겨졌다.
양샤오두는 찬성 2천953표, 반대 6표, 기권 7표를 기록해 이번 전인대의 국가 지도부 투표 가운데 반대표가 가장 많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양샤오두와 마찬가지로 반부패 사정을 담당하는 관료나 군 장성 등은 이번 전인대 투표에서 많은 반대표가 쏟아져 '인기 없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전날 전인대 대표 2천970명은 159명의 전인대 상무위원을 뽑는 선거를 진행했는데, 중국 인민해방군 기율검사위 부서기를 맡으면서 상무위원 후보로 나온 양청시 중장에게 400표 이상의 반대표가 쏟아졌다.
역시 군 기율검사위에서 일하는 차이샤오량 중장은 더 많은 반대표가 쏟아져 반대표 수가 무려 749표에 달했다. 군 법원의 최고 판사인 류지싱 중장은 569표, 무장경찰 반부패 사정 담당인 왕창허 중장은 567표의 반대표가 쏟아졌다. 공군의 반부패 담당 송쿤 중장도 647표의 반대표를 받았다.
대형 사건이나 스캔들에 연루됐던 당 간부들에게도 반대표가 쏟아졌다.
2016년 165명의 목숨을 앗아간 톈진(天津) 항 폭발 사고와 관련해 징계를 받았던 루페이쥔 전 해관총서 간부는 500표 이상의 반대표를 받았다.
선거 조작 사건에 연루됐던 랴오닝(遼寧) 성 인민대표대회 간부 류정쿠이와 후난(湖南) 성 간부 셰융도 각각 793표와 800표의 반대표가 쏟아졌다.
SCMP는 "국가 지도부에 대한 투표가 거의 만장일치의 찬성표를 얻는 데 비해 상대적으로 직급이 낮은 간부의 투표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면서 "이러한 반대표가 상층부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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