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 내무, 특별 수용 의사 밝혀…남아공·야당 강력 반발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호주 정부가 최근 실세인 내무부 장관의 '남아프리카공화국 백인 농민 특별 대우' 발언으로 안팎으로 큰 홍역을 치렀다.
밖으로는 함께 영국연방에 속하는 남아공 정부와 외교적 긴장에 휩싸였고, 안으로는 "백호주의로의 회귀"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줄리 비숍 호주 외교장관은 18일 방송에 출연, 남아공 백인 농민들에게 특별비자를 제공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천명해 지난주 피터 더튼 내무장관의 발언으로 촉발된 논란을 매듭지었다고 호주 언론이 19일 보도했다.
비숍 장관은 남아공 백인 농민들을 우대할 계획이 없다며 "인도주의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는 차별 대우가 없고 각 지원자는 그들만의 사정에 따라 평가를 받는다는 사실에서 나온다"라고 말했다.
더튼 장관은 지난주 남아공 백인 농민들이 토지 재분배의 끔찍한 환경에 놓여 있는 만큼 이들이 박해를 피해 호주와 같은 "문명화된 국가들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특별한 주목을 받을 가치가 있다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남아공에서는 2016년과 2017년에 농민 74명이 살해됐으며, 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범죄 비율 중 하나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또 남아공 의회는 지난달 말 무상 토지수용 안건을 통과시켜 백인 토지를 몰수해 흑인들에게 재분배하는 정책을 예고한 바 있다.
강경 보수파인 더튼 장관의 발언은 호주가 이민을 크게 옥죄는 상황에서 백인들에게만 특혜를 주는 것으로 보여 거센 비난을 불렀고, 남아공 정부는 그들대로 백인 농민들이 박해를 받는다는 주장에 분노를 표시했다.
남아공 외교부는 영연방 회원국 간에 대사 역할을 하는 호주 고등판무관(High Commissioner)을 불러 불쾌감을 표시하고 해명과 함께 더튼 장관의 발언 철회를 촉구했다.
남아공의 아프리카농민협회도 더튼 장관이 농업 분야에 편 가르기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앞서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신임 대통령은 아파르트헤이트(흑백 인종분리정책) 통치가 종식된 지 24년이 지났지만 개인 소유 농장의 72%는 백인 손에 있고, 흑인 손에 있는 것은 4%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더튼 장관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호주의 맬컴 턴불 총리와 비숍 장관은 원칙적인 입장을 밝혀 논란을 부추겼다.
비숍 장관은 특히 이스라엘로부터 박해를 받는 팔레스타인 농민들을 외면한 채 남아공 백인 농민만 언급하는 것은 이중잣대라는 비판에 동의할 수 없다며 남아공 정부를 향해 토지 소유권의 변화가 경제에 해를 끼치거나 폭력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호주 녹색당의 리처드 디 나탈리 대표는 "더튼 말로는 남아공 백인 농민은 기여도가 크고 복지에도 의존하지 않지만, 비백인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라며 백호주의 정책으로의 회귀를 알리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호주 정부는 테러에 효율적으로 대처한다며 이민·국경보호부와 경찰, 정보기관 등을 묶어 지난해 말 슈퍼부서인 내무부를 출범시켰으며, 초대 장관에 강경한 이민 정책을 이끌어온 더튼 이민·국경보호부 장관을 임명한 바 있다.
남아공 공식 자료에 따르면 백인 농민 최대 50만 명이 지난 30년 동안 남아공을 떠났고 이들의 최고 행선지는 호주로 나타났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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