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측근 "박근혜 돈 요구, 불법 아니지만 월권이라 생각"

입력 2018-03-19 17:24  

남재준 측근 "박근혜 돈 요구, 불법 아니지만 월권이라 생각"
전 정책특보 증언…"남재준, 자리에 연연하지 않아"…뇌물 대가성 부정
"안봉근, 원장 공석 때 이헌수 기조실장에 돈 얘기…어처구니없는 사람"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의 측근이 1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직 당시 국정원장의 특별사업비를 요구한 것을 두고 "불법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일종의 월권일 수는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남 전 원장의 정책특보였던 오모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남 전 원장과 이병기·이병호 전 원장 등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주장했다.
오씨는 남 전 원장의 지시로 국정원장 특별사업비를 관리하면서 2013년∼2014년 매달 5천만원씩 총 6억원을 청와대에 전달하는 데 관여했다.
오씨는 2013년 5월 남 전 원장이 자신에게 "청와대 비서관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대통령이 돈을 좀 보내라고 한다. 그놈들이 아무리 형편없는 놈들이라 해도 나나 대통령을 농락하겠는가"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국정원장이 본인 판단하에 쓸 수 있게 배정된 예산을 대통령께서 나눠쓰자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며 "당시나 지금이나 그걸 불법이라고까지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일종의 월권일 수는 있겠다, 부적절하다고는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 원장은 '대통령 본인이 특별한 정보사업을 하기 위해 돈을 나눠쓰길 희망하는구나' 생각해서 받아들인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씨는 청와대의 돈 요구가 계속 이어지자 불쾌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처음 지시받을 땐 일회성이라 생각했는데, 그걸 정례화한다면 웃기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남 전 원장 퇴임 후 참모진들과 회식 자리에서 이헌수 당시 기조실장으로부터 "안봉근 비서관이 '남 원장이 매월 5천만원씩 보내줬다'며 돈을 요구해서 보내줬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엔 후임 원장이 안 온 상태여서 안 비서관이 기조실장에게 그런 말을 한 것 같은데, 안봉근이 참 어처구니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내놓고 얘기할 만큼 잘하는 짓은 아닌데 새로 오는 원장하고 얘기하면 될 일이지 왜 느닷없이 기조실장에게 그런 말을 했나 싶었다"고 말했다.
오씨는 남 전 원장이 국정원장 임기 등 편의 제공을 바라고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것이라는 검찰 주장은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제 생각에 남 원장은 안보실장 내정을 기대했지, 국정원장을 희망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제가 아는 남 원장은 자리에 연연해 본 적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씨에 앞서 남 전 원장의 비서실장으로 일하며 오씨에게서 돈 봉투를 받아 당시 이재만 총무비서관에게 전달한 박모씨도 증인으로 나왔다.
박씨는 자신이 전달한 봉투에 돈이 들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안 뒤 "총무비서관실도 예산이 있을 텐데 왜 우리한테 돈을 받아가는지 이상하다 생각했다"면서 "그런 생각에 머리가 복잡했다"고 말했다.
s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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