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지성사, 노인 전용 책 시리즈 선보여…국내 첫 시도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책 읽기가 쉽지 않은 노인들을 위해 보기 편한 그림과 익숙한 이야기로 구성한 그림책 시리즈가 출간됐다.
출판사 지성사는 19일 '어르신 이야기책' 40권을 펴내고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 책을 만들게 된 배경과 이 책의 특징을 소개했다.
이원중 지성사 대표는 "올해 여든이 되신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면서 기획을 시작했다. 파킨슨병으로 오랫동안 치료 중이신데, 파킨슨은 치매로 진행될 확률이 높아 걱정이 많았다. 치매 예방을 위한 전문적인 자료를 찾아보면 '책읽기와 여행을 권한다'고 나오는데, 어르신들에게 제공하는 책이 어린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어르신들에게 적합한 콘텐츠가 어떤 걸까 생각하다 이 시리즈를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치매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 상태를 유지하거나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기억인자를 활성화시켜 유지되게 하는 것이 어르신 콘텐츠가 가져야 할 가장 큰 덕목이라는 점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노인의 기억인자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내용은 어린 시절과 고향의 추억이나 가족과의 행복했던 순간 등 사람들의 마음에 오래 남아있는 기억들이라고 한다. 출판사 측은 그런 추억과 관련 있는 이야기를 한국문학 작품들에서 뽑아 그림을 더해 이번 시리즈를 만들었다.
유년 시절에 관한 이야기로는 황순원의 '별', '산골아이', 권오길의 '어머니의 베틀노래' 등이, 젊은 시절의 이야기로는 주요섭의 '아네모네의 마담', 김소운의 '가난한 날의 행복', '행복의 장' 등이, 부모로서의 기억을 반추하는 이야기로는 김태길의 '삼남삼녀', 양귀자의 '유황불' 등이 담겼다.
또 노인 독자들의 독서 수준이나 인지 수준에 따라 편한 책을 골라 읽을 수 있도록 긴글(9종), 중간글(8종), 짧은글(11종), 그림책(12종) 등 네 단계로 나눠 구성했다. 가장 읽기 쉬운 그림책은 각각의 그림에 글이 딱 한 줄만 붙어있다.
그림은 김영희, 남인희, 임진수 등 3인의 화가가 나눠 그렸다. 실제로 현장에서 노인 대상 미술치료 활동을 하고 있는 김영희 작가는 "판화기법을 써서 어르신들의 회상 인지를 자극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어르신들의 책읽기가 치매 환자 숫자를 줄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출판사 측은 이 책이 노인들의 두뇌·인지 활동에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실험해보지는 못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어르신 이야기책' 기획은 국내 최초임은 물론이고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아이디어 상품이어서 1년 이상 영업비밀을 유지하며 조용히 작업하느라 현장에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적용해볼 기회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현장에서 적용해보고 결과치가 나오면 반영해 2차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내년 이맘때쯤 2차로 10∼20종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김상윤 서울대 신경과학교실 교수는 추천사로 "어르신들의 독서 시간을 늘리는 것은 인지 기능의 저하와 우울감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될 것"이라며 "지성사의 '어르신 이야기책' 발간에 대한 기대가 자못 크다"고 말했다.
각 권 1만원.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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