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수사 지시 앞서 박상기 법무장관과 논의…朴 "형평성·법감정 고려해 판단"
수뢰액 110억 모두 인정시 최대 무기징역 가능…관련자 회유·말맞추기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결정은 '사안을 원칙대로 처리하자'는 문무일(57·사법연수원 18기) 검찰총장의 판단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전 대통령의 혐의가 중대하고,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는 원칙론적 요소를 여타의 고려 사항보다 우선시했다는 것이다.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연달아 구속된다는 부담과 상당한 수사가 이뤄져 불구속 상태로 수사와 재판이 이뤄져도 무방하다는 일각의 의견은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9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이 전 대통령의 중간수사 결과를 보고받은 문 총장은 지난 주말 동안 자료를 검토한 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가능성을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한 결과 구속수사가 타당하다"고 지시했다.
문 총장은 구속수사 지시에 앞서 이날 오후 4시55분께 박상기 법무부 장관을 면담하고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박 장관은 "국격이나 대외 이미지 등을 고려할 때 전직 대통령의 범죄는 내란, 헌정질서 문란 등이 아닌 이상 불구속 수사가 바람직하지만 증거인멸 가능성과 다른 피의자와의 형평성 및 법감정 등을 고려해 검찰이 최종 판단하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충분히 검토하겠다'나 '숙고하고 있다'는 표현으로 영장 청구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거듭 밝혔던 문 총장은 '불구속 수사 및 재판으로 충분하다'는 일각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통상 수사 원칙에 따라 구속 필요성으로 결론 낸 것으로 보인다.
문 총장의 결단에는 이 전 대통령의 수뢰 혐의액만 110억원대에 달해 법원 양형기준상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는 중죄라는 점이 고려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또 이 전 대통령이 혐의 대부분을 부인해 사건 관련자를 회유하거나 말을 맞출 가능성 등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는 점도 영장청구 결정에 힘을 실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 전 대통령은 국가정보원에서 '대북공작' 명목으로 받은 10만 달러를 제외한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 돈도 대북공작금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등 불법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여러 혐의의 전제가 되는 다스 및 도곡동 땅 실소유주 의혹에 대해서도 자신의 재산이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다스가 사실상 이 전 대통령 소유라고 판단하고 있다. 법조계는 이 전 대통령의 이런 태도가 적극적으로 증거인멸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를 뒷받침해 영장 청구에 힘을 실었다고 평가한다.
또 구속기소 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다른 공범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명분을 찾기 힘들다는 점도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윤석열 중앙지검장과 수사팀은 16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를 문 총장에게 보고했다. 수사팀은 이 전 대통령의 주요 진술 내용과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각종 증거관계, 법리적 쟁점 등을 보고했고, 문 총장이 이를 주말 동안 면밀히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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