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중국과 러시아에 절대권력이 구축됐다. 시진핑 국가주석에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인 장기집권 체제를 갖췄다. 푸틴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치러진 러시아 대선에서 77%에 가까운 득표율로 압승했다. 2024년까지 6년간 4기 집권의 길을 연 것이다. 31년간 통치한 스탈린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 이후 최장기 집권자가 된다. 지난해 당 총서기에 뽑힌 시 주석은 17일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만장일치로 국가주석과 군사위 주석에 재선돼 3대 권력을 모두 장악했다. 일주일 전엔 개헌을 통해 국가주석을 2연임으로 제한한 조항을 폐지하고 '시진핑 사상'을 헌법에 명시하는 등 '1인 장기집권 체제'의 법적 토대를 마련했다. 두 정상이 각각 내건 '위대한 중화의 부흥'과 '강한 러시아'라는 구호에 국민 상당수가 호응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1인 절대권력 구축은 더 자유롭고 개방된 민주주의 체제를 향한 21세기의 시대적 조류와는 배치된다. 안으론 국민의 보편적 인권이 제한되고, 밖으론 패권주의가 강화될 우려가 크다. 비판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다.
중·러 양국의 권위주의적 절대권력은 국제무대에서 힘에 기초한 패권주의와 일방주의 강화로 나타날 듯하다.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중·러를 견제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과 맞부딪칠 공산이 크다. 남중국해나 시리아, 팔레스타인, 크림반도 등과 같은 지역적 현안에서도, 무역·통상과 같은 경제적 현안에서도 미국과 중·러의 대치 격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세 정상 모두 힘을 바탕으로 위대하고 강한 나라를 만들어 세계를 주도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어서다. 작년 12월 발표된 트럼프 행정부의 새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는 중·러 양국과의 대결 의지를 분명히 한 바 있다. 보고서는 두 나라를 미국 주도의 현 지역 구도를 깨는 '수정주의 국가'라고 규정한 후 "열강들의 경쟁이 돌아왔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들을 '라이벌 강대국'이라면서 도전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언제든 '신 냉전'의 불꽃이 튈 수 있다.
우리의 최우선 관심사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지정학적 구도에 미칠 여파다. 최근 중·러의 밀월 관계를 고려하면, 한반도와 동북아에서도 미·일과 중·러 간 대립구도가 한층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헌을 통해 '전쟁 가능한 군사대국'으로 질주하려는 아베 신조 총리의 일본도 사태를 심화시킬 변수다. 지정학적으로 중간에 놓인 우리나라로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 전개다. 하지만 미리 비관하거나 주눅이 들 필요는 없다. 위치 선정에 신경 쓰고 치밀하게 대비해야 한다. 뭣보다 미국이 중국을 포위하고자 밀어붙이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에 동참하느냐 여부엔 정말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 한미동맹을 우리 외교의 기축으로 삼되, 어느 한 진영에 끌려다녀선 안 된다. 지난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갈등을 봉합하는 과정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국회에서 표명했던 '3불 원칙'(사드 추가배치·미국 MD 참여·한미일 군사동맹화 반대)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선택을 강요당하는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우리의 국익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다행인 것은 올해 들어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전개된 한반도 정세의 긍정적 변화다. 문재인 대통령의 간곡한 호소에 응한 북한 대표단의 참가를 시작으로, 남과 북의 특사 교환을 통한 4월 남북 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 개최 합의까지 그야말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다. 한반도 전쟁위기설이 나돌던 두어 달 전과는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한반도의 운명은 우리가 결정한다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에 '핵보유국'을 향해 폭주했던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호응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전폭적 지원이 큰 힘이 됐음은 물론이다. 중·러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한반도의 평화정착 노력을 일관되게 지지해왔고, 대북 제재 강화만 외치던 일본도 뒤늦게 입장을 바꾸고 있다. 진정성과 일관성을 바탕으로 한 문 대통령의 외교 스타일이 빛을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은 목전에 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서 어떻게든 성과를 만들어 내는 일이 시급하다. 빈틈없는 한미공조에 더 심혈을 기울이고,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꿋꿋하게 대처해 나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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