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작전 방불케한 남북미 대화…회의장소 숨기고 차량추격전까지

입력 2018-03-20 08:49  

007작전 방불케한 남북미 대화…회의장소 숨기고 차량추격전까지
핀란드측, 취재 차단·접근 따돌리기…"어떤 회담정보도 말못해"
북한측 부담 고려한 듯…대표단 숙소 인근에 일본인들 목격도



(헬싱키=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남북한과 미국의 '1.5트랙(반관반민) 대화'와 관련해 핀란드 정부 측이 취재진의 접근을 차단하는 등 지나칠 정도로 보안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번 행사를 후원하는 핀란드 외교부는 19일(현지시간) 남북미 참석자 18명을 초청해 공식 만찬 행사를 열었다.
핀란드 외교부는 이날 오후 6시에 예정된 만찬에 앞서 참석자들에게 장소를 공지하지 않았다.
만찬 장소가 언론에 알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됐다.
핀란드 외교부의 김모 라흐데비르타 아주미주국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회의와 관련된 시간·장소에 대한 어떤 정보도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핀란드 측은 남측 및 미국 대표단의 숙소인 시내의 한 호텔에 승합차 두 대를 보내 이들을 태웠다.
오후 5시 40분께 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대표단을 태운 승합차 두 대는 출구로 나오자마자 서로 반대편으로 흩어졌다.
이에 대기하고 있던 한국과 일본 취재진의 차량도 나뉘어 이들 승합차를 뒤쫓아갔다.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던 한 승합차는 좌회전 신호등이 들어왔는데도 움직이지 않다가 적색 신호등으로 바뀌기 직전 황색 신호등이 잠시 깜박일 때 급하게 좌회전을 해 뒤따르던 취재진 차량을 따돌렸다.
다른 승합차도 좁은 2차선 도로에서 빠르게 질주하는 등 20분 가까이 헬싱키 시내를 돌고 돌면서 취재진을 따돌렸다.
호텔에서 만찬이 열린 시내 레스토랑까지는 빠른 걸음으로도 20분이면 족히 갈 수 있는 거리였다.
일부 취재진 차량이 결국 한 대의 승합차를 끝까지 쫓아가 결국 만찬 장소가 알려지게 됐다.
이와 달리 핀란드 취재진은 추격전 없이 사전에 정보를 입수하고 만찬 장소에 찾아온 것으로 보였다.
참석자들이 만찬을 끝내고 나오자 핀란드 경찰이 취재진을 밀어내기도 했다.



이날 한국 측은 연합뉴스와 KBS, 일본 측은 TBS, NHK, 후지TV, 니폰TV, TV아사히 등의 취재진이 참석자들의 동선을 현장에서 취재했다.
일본 측은 이번 회의와 무관하지만 한때 회의 장소가 일본대사관으로 알려진 데다, 일본 취재진 사이에서는 북측 대표인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 국장 직무대행이 일본 대사와 면담을 했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면담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호텔 인근에는 취재진이 아닌 일본인들이 탄 차량이 한동안 머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핀란드 외교부 측은 20∼21일 회의장소에 대해서도 남측 대표단에 사전에 알려주지 않는 등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핀란드 외교부 측의 이 같은 태도는 북측 대표단이 취재에 부담을 느껴 보안을 요청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가운데 최 직무대행은 대미 협상의 실무를 담당하는 '미국통'인 만큼, 헬싱키에서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한국 대표단 측 한 참석자는 "정부 간 대화가 아니기 때문에 이 정도로까지 관심을 받을 사안은 아닌데,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이어서 회의가 열리기 전부터 관심을 과도해 부담스럽다"면서 "핀란드 정부 측이 북측의 입장을 감안한 것 같다"고 말했다.



lkb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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